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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면 만든다"…사제 총기 살인사건에 고민 커진 공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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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제작 의심되면 아예 거절할 것"
부품제작 의뢰많은데…"뭘로 쓰일지 몰라"
가해자, 을지로 공작소에서 부품 제작 진술

"하루면 만든다"…사제 총기 살인사건에 고민 커진 공구거리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일대 청계천 공구 거리에서 기술자들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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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 거리는 더운 날씨에도 계속되는 작업에 쇠 잘라내는 소리로 넘쳤다. 사람들은 저마다 공업소에서 쇠 막대기를 잘라내거나 용접을 하고 있었다. 작업을 마친 물건은 곧바로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향했다. 기술자들은 고된 일을 마치고 나면 믹스 커피를 타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봤다. 가끔 길에서 젊은 사람과 마주쳤지만 일하는 대부분의 기술자는 고령으로 보였다.


"총을 만들 수 있냐고요?" 기술자 이모씨(70·남)는 쇠 파이프를 연결하던 작업을 멈췄다. 그러면서 여기는 탱크도 만들 수 있는데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어떻게 하면 총기가 폭발력을 가지는지, 더 정확하게 쏠 수 있는지 공구 거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여기서 총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신신당부했다.


"하루면 만든다"…사제 총기 살인사건에 고민 커진 공구거리 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특공대가 피의자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서 신나와 타이머 등 사제 폭발물을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구 거리의 기술자들은 최근 벌어진 사제 총기 살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지난 21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가 만든 사제 총기는 쇠 파이프로 만든 총열에 쇠 구슬 형태의 총알을 넣어 발사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사제 총기 만드는 법을 배워 쇠파이프 등 필요한 부품을 을지로에 위치한 공업소에서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실제 유튜브에서도 사제총기 제작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유튜버는 플라스틱으로 된 파이프를 잘라내 총열로 사용하고, 나무를 덧대 손잡이를 만들었다. 애초에 약한 자재를 사용한 탓에 페트병을 쓰러트릴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을 수준의 난이도였다. 이외 영상에서도 사제 총기가 굉음을 내면서 목표물을 쓰러트렸다.


기술자들은 이번 살인 사건에 쓰였던 사제 총기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밀 공업을 하는 김모씨(67·남)는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하루도 안 걸려서 이런 총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며 "A씨는 탄약을 격발하는 데 쓰이는 '공이' 쪽에 스프링을 넣어 뇌관을 때렸을 것이다. 재료를 구하기 쉽고 원리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정밀 공업을 했던 사람이라면 총열 역할을 할 만한 쇠 파이프는 금방 깎는다"고 설명했다.


"하루면 만든다"…사제 총기 살인사건에 고민 커진 공구거리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일대 청계천 공구 거리에서 김모씨(67·남)는 캠핑카에 들어갈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공병선 기자

기술자들은 혹시라도 인천 총기 살인 사건 이후 사람들이 사제 총기를 제작하기 위해 공구 거리를 찾아올까 걱정했다. 전체 총기가 아닌, 부품 제작을 의뢰하면 아무리 장인이라도 용도를 알아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30년간 공구 거리에서 쇠를 다룬 윤혜성씨(57·남)는 과거 사람들이 총을 만들기 위해 공구 거리를 찾아온 적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총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공업소 한 곳에 방문해 총 전체를 만들어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부품마다 다른 곳을 찾아가 제작해달라고 한다. 나에게는 총열만 만들어달라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거절했다"고 말했다.


기술자들은 생활에 이로워지고자 연마한 실력이 범죄에 악용된 사례를 수차례 봤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미 문을 닫은 반대편 철물점을 보면서 말했다. "저 가게에 어떤 사람이 도면을 가지고 와서 휘어 있는 쇠 막대기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서 줬는데 그 쇠 막대기가 집 문을 따고 돈과 물건을 훔치는 데 사용된 겁니다. 총기도 마찬가지예요. 제작해달라는대로 해줬는데 총기에 쓰일지 누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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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총기로 의심될 만하면 아예 제작 의뢰를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곤란한 상황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여기 기술자들이 범죄에 쓰일 것을 알고 총기 부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 죄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마음 편한 게 제일"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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