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회식비 300원' 팁 옵션 논란
해당 업주 "요구한 적 없어" 해명
"팁 문화 자리잡을까" 소비자 불안
서울의 한 냉면집이 키오스크 결제창에 '직원 회식비' 명목으로 '300원 팁' 메뉴를 삽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팁 문화가 최근 일부 카페와 식당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가운데 자칫 의무적으로 팁을 내는 '미국식 팁 문화'가 국내에 정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온라인상에는 '팁 문화 가져오려는 냉면집'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한 냉면집의 키오스크 주문 화면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화면 속에는 물냉면 메뉴 옆에 '고생하는 직원 회식비 300원'이라는 옵션이 노출돼 있다. 글쓴이 A씨는 "비록 300원이지만 싫다. 팁 문화가 스멀스멀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본 다수의 누리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원 복지를 왜 손님에게 전가하느냐" "선택사항이라지만 저러다 결국 강제되기 마련" "미국조차 팁 문화 없애자는 움직임인데 왜 역행하느냐" "저런 문화는 초반에 싹을 잘라야 한다" "이러다 팁 문화 정착될 것 같아서 불안하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업주는 원본 글에 직접 댓글을 남기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팁을) 요구한 적 없다. (음식) 가격은 외부에도 다 명시돼 있다"며 "저게 말씀드린 대로 선택사항인 건데 옵션 명이 좀 오해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팁 300원' 메뉴가 추가된 것은 최근이 아니라 최소 1년 이상 해당 옵션을 유지해 오다 뒤늦게 논란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도 종종 팁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2023년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빵집에서 '팁 박스'가 논란이 일면서 점주가 이를 없앤 바 있다. 세종시 한 장어전문점에서도 '서빙 직원이 친절히 응대해 드렸다면, 테이블당 5000원~ 정도의 팁을 부탁드리겠습니다'는 문구가 논란이 됐다. 한 피자가게는 팁 2000원을 함께 결제해야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해 비판을 받았으며 한 국밥집은 반찬을 받지 않으려면 900원을 내야 한다는 배달 옵션을 내걸어 사실상 강제 팁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인 반응이 월등히 높다.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실상 가격이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2023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자사 설문조사 서비스를 통해 1만2106명에게 국내 팁 문화 도입에 대해 물은 결과 73%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적극 수용할 수 있다'는 5%에 불과했다.
지금 뜨는 뉴스
전문가들은 팁 제시가 반복될 경우 국내에서도 팁 문화가 고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팁은 본래 자율성과 호의에 기반한 행위지만 빈번하게 노출되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추가 비용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키오스크나 앱 결제 과정에서 팁 옵션이 자연스럽게 삽입되면 소비자가 이를 선택이 아닌 일종의 의무처럼 인식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