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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5년 만에 또 침수"…600㎜ 폭우 휩쓸고 간 용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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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살림살이에 골목 악취 진동
이불·옷가지만 겨우 건져…복구 막막
5년 전 도심 홍수에도 대책 없어 분통

[르포] "5년 만에 또 침수"…600㎜ 폭우 휩쓸고 간 용전마을 21일 광주 북구 용전동 용전마을 일대에서 정윤자(70)씨가 길가에 버린 살림살이를 가리키고 있다. 민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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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보면 트라우마가 생기겠어. 5년 전 폭우랑 달라진 게 없으니 분통이 터지지."


21일 오전 광주 북구 용전동 용전마을.


지난 17~19일 600㎜가 넘는 폭우가 휩쓸고 간 뒤 용전마을 골목은 물에 젖은 목재가구부터 밥솥·선풍기 등 전자제품, 생필품 등 각종 살림살이가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주민들은 복구지원을 나온 군인들과 함께 빗물과 흙을 쓸어내거나 물건을 빼고 있었고, 거리에 쏟아져나온 생필품을 본 한 주민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는 쏟아져 나온 쓰레기와 물에 젖은 물건들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주민들은 집 한쪽에 줄을 매달고 비에 젖은 옷가지들을 말렸다. 집 안까지 차오른 물에 온갖 생활용품을 다 버려야 했고, 그나마 남은 것들은 옷이랑 몇몇 가구들 뿐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정윤자(74) 씨는 사흘간 내린 호우로 이곳 도로가 본인의 목까지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1989년부터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피해가 큰 적은 처음이다"며 "5년 전 폭우에는 집에 물이 정강이 정도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허리까지 차올랐고, 도로에선 목만 겨우 빼내고 다녔다"고 호소했다.


정 씨의 집은 사흘간 내린 물 폭탄의 위력을 짐작게 했다. 장판을 다 뺀 정 씨의 집 바닥은 곰팡이 투성이었고, 남은 물건이라곤 이불과 반찬통 몇 개가 전부였다. 정 씨는 비가 내린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인근 숙박업소에서 지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물은 허리까지 차올랐고, 냉장고와 가구들이 물에 떠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소식을 들은 아들과 며느리가 곧바로 정 씨의 집을 찾아 물건들을 빼냈지만, 다시 장판을 깔고 생필품을 구하는 등 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다. 정 씨는 문 앞에 놓인 플라스틱 서랍장을 가리키며 "나무로 된 것은 다 버렸는데, 이것만 어떻게든 닦아서 쓰려고 집 앞에 놔뒀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우리 집은 다른 용전마을에 비해서 지대가 높은 편에 속하는 데도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다시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 속이 쓰린다"며 "피해 신청은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고,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게끔 지원이 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르포] "5년 만에 또 침수"…600㎜ 폭우 휩쓸고 간 용전마을 21일 광주 북구 용전동 용전마을 일대에 물에 젖은 가구들이 버려져 있다. 민찬기 기자

인근에 있는 표금식(70) 씨의 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용전마을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표 씨는 "2020년에도 폭우가 내렸는데,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그때 제대로 대처했으면 이번에 물난리가 이 정도로 나진 않았을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표 씨도 온종일 살림살이를 도로로 빼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 방을 황토방으로 시공했으나, 흙이 다 녹아내리면서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표 씨는 "거실이며 싱크대며 하나씩 철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전체 보수가 끝나려면 1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주민들의 원성도 쏟아졌다. 표 씨는 "지난 2020년 내린 호우로 용전마을 전체가 잠겼는데, 그때 대책을 마련했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이 일대는 대부분 고령층이 살고 있어서 침수 피해를 보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또 비가 오면 똑같이 물에 잠기고 살림살이가 다 버려질 텐데,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광주시엔 현재 도로 침수 470건, 파손 260건 등 1,311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자치구별로는 서구가 3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남구 227건, 북구 204건, 광산구 166건, 동구 161건 등이다.


전남도는 이날 오전 기준 352억7,8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공공시설은 366건(238억7,700만원)의 피해가 났는데 주로 도로 유실이나 파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방하천과 소하천 등 제방 유실이 234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지역별로는 담양 59건, 나주 43건, 영광 31건, 곡성 27건 등 순으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각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피해 신고 접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19일 사흘간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전남 광양 백운산이 602.5㎜로 최고를 기록했다. 담양 봉산 540.5㎜, 광주 527.2㎜, 구례 성삼재 516.5㎜, 나주 508.5㎜, 광주 광산 500.0㎜ 등 많은 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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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시간당 최대 강수는 광주 남구 80.0㎜로 지난 2008년 86.5㎜(8월 8일), 2020년 82.0㎜(8월 8일)에 이어 3위에 기록됐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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