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지난해 국내 초연한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8월13~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인어공주를 공연한다고 18일 밝혔다.
인어공주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작품으로 안데르센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인어공주는 2005년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덴마크 로열 발레단에서 초연됐으며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에게 헌정됐다.
노이마이어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되 양성애자였던 안데르센의 삶을 반영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동화 원작에는 없는 인물인 시인이 등장하며 시인은 인어공주와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극은 시인이 흘린 눈물이 바다에 떨어지며 시작된다. 인어공주는 사랑을 좇아 물속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마저 내려놓지만, 끝내 꿈꾸던 사랑에 닿지 못한 채 좌절한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대신,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주체적인 인물로 거듭난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인어공주에 이어 올해 5월에는 노이마이어의 또 다른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를 아시아 발레단 최초로 전막 공연해 화제를 모았다. 노이마이어는 '카멜리아 레이디'를 통해 현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고, '인어공주'에서는 판타지적 상상력과 상징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다.
인어공주의 무대에는 노이마이어의 섬세한 예술적 감성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1막에서는 독창적인 무대 연출과 조명, 의상 디자인을 통해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를 구현한다. 특히 인어공주의 꼬리를 형상화한 긴 바지형 의상은 그녀의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을 극대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반면 2막에서는 인간 세계의 공간적 제약 속에서 인어공주의 내면을 불안정하고 격동적으로 그려내며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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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가 맡았다. 노이마이어는 아우어바흐에게 감정과 심리, 인물의 본질을 음악으로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아우어바흐는 세계 최초의 전자악기인 '테레민'을 주요 악기로 채택해 음악을 완성했다. 테레민과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불협화음은 인어공주의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무대에 신비로운 울림과 몰입감을 더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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