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단독]"밥 먹지 말고 일해라"…고용부 산하 폴리텍大, 갑질·폭언 징계 5년내 최다

시계아이콘02분 2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올 상반기 징계요청서 포함 19건
성희롱·언어폭력·임용개입 정황
경영진·고용부 관리·감독 도마위

"내가 이사장이면 이 학교 아주 XX 다 폐기야."


지난해 3월11일 오후 한국폴리텍대학 한 캠퍼스 기숙사 게스트룸. 당시 행정처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직원들에게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며 세탁기를 발로 차고 손으로 내려쳤다. 세탁기 등 시설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내가 이렇게 소리 질러야 하느냐"며 "오늘 이거 세팅 안 되면 퇴근 안 시킨다"고 으름장을 놨다.


[단독]"밥 먹지 말고 일해라"…고용부 산하 폴리텍大, 갑질·폭언 징계 5년내 최다 한국폴리텍대학의 올해 상반기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피해 직원이 업무가 많다며 부서 이동을 요청하자 "속도를 내려면 밥을 먹지 말고 일을 해라. 일이 밀렸으면 토요일, 일요일 나와서 일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게티이미지
AD


고용노동부 산하 기술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한국폴리텍대학에서 최근 직원들의 폭언과 갑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욕설을 넘어 물리적 위협, 성희롱 발언, 심지어 수습직원의 정규 임용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한국폴리텍대학의 올해 상반기 기준 임직원 징계 건수는 19건으로 이미 최근 5년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10건, 2분기 4건의 징계가 확정됐고, 또 현재 추가로 감사실 감사 결과 징계를 요청한 5건이 있다. 징계 건수는 2021년 9건, 2022년 10건, 2023년 12건, 지난해 1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은 지난해 0건에서 올 상반기 3건 발생했다.


아시아경제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폴리텍대학의 올해 상반기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일반직 2급으로 근무하던 A씨는 향응수수 및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행위 등으로 학교로부터 해임됐다. 그는 지난해 8월26일 직원에게 업무 지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언했다. 피해 직원은 업무가 많다며 부서 이동을 요청하자 A씨는 "속도를 내려면 밥을 먹지 말고 일을 해라. 일이 밀렸으면 토요일,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하라"고 막말했다.


[단독]"밥 먹지 말고 일해라"…고용부 산하 폴리텍大, 갑질·폭언 징계 5년내 최다

폭언은 출장 도중에도 이어졌다. 앞서 같은 해 4월 29일, A씨는 동부산캠퍼스로 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식사 중 동승한 한 직원이 주정차 위반 관련 전화 통화가 길어지자 "이거 XX 완전히, (나를) X으로 아네"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통화 전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의 갑질은 직원에 대한 신체 접촉으로까지 번졌다. 같은 해 4월18일 A씨는 행정처 회의 중 한 직원이 의견을 말하자, 이후 소각장 근처로 불러내 가슴과 배를 손가락으로 여러 차례 찔렀다. 그는 '내 의견을 한번 들어봐라, 부탁이다'는 의미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 고충심의위원회는 이 사건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A씨는 "가슴에 손을 올려보고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취한 행동이었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출근길 직원에게 "담배를 사다 달라"고 심부름도 시켰다. 그는 "형-동생 관계로 서로 담배를 사다 주며 근무한 것"이라고 했다.


업무 관련 부적절한 지시도 드러났다. A씨는 같은 해 7월쯤 계약담당자에게 약 3500만원 상당의 기숙사 비품(서랍장, 의자, 블라인드)을 특정 업체와 수의로 계약하도록 지시했다. 기숙사 비품 구매 요구가 교학처로부터 정식 접수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통상 절차를 무시하고, 정상적인 구매 요구 단계 없이 계약까지 진행하도록 지시한 셈이다.


또 다른 캠퍼스에서 운영직으로 근무하던 B씨와 C씨는 수년간 동료 직원과 후배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폭언과 협박 등을 일삼아온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 5일 캠퍼스 생활관 지하 보일러실에서 수습 직원 D씨에게 인수인계하던 중 그가 반말한다며 태도 불량을 문제 삼았다. C씨는 "양손을 붙이고 45도 각도로 정중히 인사하라. 수습평가에서 탈락시킬 수 있다"고 협박했다.


[단독]"밥 먹지 말고 일해라"…고용부 산하 폴리텍大, 갑질·폭언 징계 5년내 최다

같은 달 30일에도 이들은 부서 책임자를 찾아가 D씨의 말투를 문제 삼으며 "이런 사람이 정규직이 시켜도 되겠냐"며 압박했다. 수습 직원의 정규직 전환은 B씨의 권한 밖이었다. D씨가 같은 해 11월 정규직으로 임용되자 이들은 사무실을 찾아가 "XX 육갑하네"라며 D씨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폭언했다. B씨는 평소 D 씨의 말투를 흉내 내며 조롱한 후 몸싸움을 벌이다가 급기야 인근 휴게공간에서 실랑이를 지켜보던 재학생들 앞에서도 "학생들 오라 해! XX! 니가 인간이가! 개XXX"라고 욕설했다.


이들의 폭언 대상은 D씨만이 아니었다. 앞서 지난해 10월18일 C씨는 시간외근무 결재가 나지 않자 해당 사무실 부서장인 E씨를 찾아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듣기 싫고 하기 싫으면 뭐 하려고 앉아 있냐, 옷 벗고 집에 가서 애(나) 봐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B씨도 "그렇게 하기 싫으면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며 동조했다.


일각에선 폴리텍대학이 경영진의 관리·감독 미흡이 기강 해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국 혼란의 틈 속에서 공공기관 조직의 전반적인 관리, 감독 소홀에 따른 윤리 의식의 누수 현상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어떤 이유든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문제가 계속 발생한 것은 대학 경영진과 해당 기관의 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D

폴리텍대학 측은 올 상반기 늘어난 징계 건이 공직기강 확립에 따른 자체 감사를 강화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대학 관계자는 "(징계 처분) 숫자가 전년 대비 증가해 집계된 현상을 단순히 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상관관계로 해석하기보단 조직 기강 확립을 위해 선제적 대응 결과로 보고 있다"며 "재발방지 대책으로 강화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기관장 중심으로 조직문화 변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