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 "폭염에 어르신 먼저"…취약계층 건강 살피는 생활지원사

시계아이콘01분 4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지원사 1명당 어르신 16명 건강·식사 챙겨
최고기온 35도 불볕 더위에도 가정 방문
"변화되는 어르신 모습이 뿌듯함 느껴"

[르포] "폭염에 어르신 먼저"…취약계층 건강 살피는 생활지원사 11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쪽방촌에서 선애자 생활지원사가 신극일씨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찬기 기자
AD

"폭염에 온종일 밖에 돌아다니면 쓰러질 것 같지만, 독거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려면 쉴 순 없죠."


낮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11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쪽방촌 일대.


불볕더위 속 선애자(63) 생활지원사가 한 손에 든 양산으로 겨우 햇빛을 가린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들의 집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올해로 생활 지원사 7년 차에 접어든 선 씨는 독거노인과 고령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부 확인, 정서 지원, 생활 교육, 가사·복지 자원 연계 등의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 씨가 월산동 일대에 담당하는 어르신은 16명으로, 대부분 수년 동안 홀로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 어르신에게 방문하는 시간은 20~40분 정도. 선 씨는 이날만 6명의 어르신을 만나야 하므로 쉴 새 없이 월산동 일대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녔다.


이날 만난 신극일(77) 어르신은 선 씨가 서비스를 지원한 지 3년이 넘었다. 신 씨의 집은 선풍기 하나만 덩그러니 돌아갈 뿐 찜통과 같았다. 집에 에어컨과 TV가 있었지만, 신 씨는 전기 요금을 조금이나마 아끼기 위해 선풍기로만 여름을 버티다 보니 먼지만 쌓여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들어온 선 씨를 본 신 씨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제야 에어컨을 켰다.


선 씨는 신 씨를 보자마자 평소 앓고 있던 지병 등 건강 상태 확인과 식사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신 씨는 노인 일자리로 생활비를 마련하지만, 대부분을 저축하면서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는 것. 때문에 폭염 속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건강과 식사 여부 확인은 필수가 됐다.


저축이 일상인 신극일 어르신에게 선 씨는 "조만간 정부에서 소비쿠폰을 지급하니 꼭 쓰셔야 한다"고 당부했고, 음식과 생필품 등을 사겠다는 확답을 받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선애자 지원사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시기 때문에 반찬과 이불 세탁 등 꼼꼼히 챙길 수밖에 없다"며 "광주시에서 통합돌봄 차원으로 지원하는 반찬도 폭넓게 대상자를 늘린다는 이유로 1주일에 2회에서 1회로 줄어 양이 부실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신극일 어르신 같이 이 일대 가구는 주변이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오히려 소외된 상황이다"며 "어르신이 광주천 일대를 걸으며 폭염을 견디고 있다. 경로당은 텃세가 있어 갈 수도 없고, 마음을 놓고 쉴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르포] "폭염에 어르신 먼저"…취약계층 건강 살피는 생활지원사 11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원삼실씨 집에 잡동사니가 쌓여 있다. 민찬기 기자

이어 만난 원삼실(82)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매달 생활비를 쪼개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 5개 기관에 후원하고 있다. 원 어르신의 집도 마찬가지로 집에 에어컨은 장식과 다름이 없었고, 얼마 전 요금을 내지 않아 가스가 끊겨 가스레인지 위엔 버너가 올려져 있었다. 후덥지근한 실내 날씨에 원 씨의 주 생활 공간은 30㎝ 남짓한 집 앞 복도다. 원 씨는 "하루하루가 폭염을 이겨내기 위한 전쟁이다. 올해는 무더위가 작년보다 빨리 시작된 거 같아 더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선애자 지원사의 걱정도 깊어졌다. 원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 동네를 돌아다니며 담배꽁초를 줍는 등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지만, 혹여 문제가 생길까 항상 노심초사한 마음이다. 이날도 선 씨는 "밖에 나가실 땐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게 휴대폰을 꼭 챙기시라"라며 신신당부했다.


AD

선 씨는 "쪽방촌 일대는 나무 그늘이나 쉼터, 공중화장실이 없어 폭염에 온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며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간혹 우울증을 겪기도 하는데 수년간 옆에서 말벗이 돼 그들이 변화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