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 연구팀이 미국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루테늄 산화물(RuO2) 박막에서 피코초(10-12초) 단위의 초고속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을 세계 최초로 관측, 원자층 두께 조절을 통해 그 세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금속 산화물에서도 반데르발스 물질에 버금가는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을 구현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처음 증명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대면적 광전자 소자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체 내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광전자(optoelectronic) 소자는 빛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거나 전기로 빛을 내는 장치로, 초고속 광통신, 광이미징 등 전기 신호 전달 분야의 다양한 기술에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전자 신호를 제어할 수 있는 '광전자 이방성(optical anisotropy)'은 차세대 광통신, 이미징, 스핀트로닉스 기술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소자를 개발하려면 소재가 나노미터(10-9m) 수준으로 얇고, 대면적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2차원 반데르발스 물질에서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이 관측됐으나, 대면적 제조의 어려움과 환경적 불안정성 탓에 산업적 응용에 제약이 있었다. 반면, 금속 산화물은 원자층 수준의 정밀한 대면적 성장과 높은 환경 안정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화물에서 광학 이방성이 구현된다면, 차세대 광전자 소자로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 연구팀은 분자빔 에피택시(MBE) 기술을 이용해, 타이타늄 산화물(TiO2) 기판 위에 원자층 단위로 성장시킨 루테늄 산화물 박막에서 반데르발스 물질 수준의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광학 측정을 통해 확인했다.
X선 흡수 분광법과 타원 편광 분석법 등으로 물질의 정적 이방성을 분석한 데 이어, 펨토초 레이저 기반의 펌프-프루브 기술을 통해 편광 방향에 따라 광여기된 전자들의 거동이 피코초(10-12초) 시간 단위에서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이는 루테늄 산화물 박막이 초고속 광전자 소자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또한, 박막의 두께를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조절해 기판의 응력을 완화하면, 빛-전자 상호작용 이방성의 강도도 함께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산화물 기반 광전자 소자 설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종석 교수는 "최근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주목받는 루테늄 산화물에서 응력을 활용해 전자구조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광전자 소자는 물론 차세대 스핀소자 개발에도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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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GIST와 미네소타대학교의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GIST에서는 이종석 교수 주도로 최인혁 박사가 초고속 광학 실험을 수행했으며, 미네소타대학교에서는 화학공학·재료과학과 버라트 잘란(Bharat Jalan) 교수 연구팀이 루테늄 산화물 박막 성장을, 전기전자공학과 토니 로우(Tony Low) 교수 연구팀이 전자구조 이론 해석을 담당했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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