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 넘어 공급망 다변화
식품업계, 해외 생산으로 눈 돌려
국내 식품업계에서 대표 브랜드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한 뒤 한국으로 들여오는 '역수입'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활용한 비용 효율화와 공급망 안정화가 핵심이다. 과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전통적 모델에서 벗어나 '해외 생산→국내 판매'라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생산기지→인접 국가로 , '한국은 실험 무대'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통새우만두'와 '통오징어 만두'를 베트남 키즈나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조원가 절감 차원을 넘어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인접 국가로 수출하는 'C2C(Country to Country)' 전략의 일환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일본, 베트남, 독일, 중국 등 주요 거점에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만두는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글로벌 전략 품목이다. '비비고 통새우만두'는 처음부터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Test bed)로 설정해 기획된 제품이다. 국내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수출국을 점차 확대하는 계획이었다.
해당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비비고 통새우만두'는 2023년 11월, '통오징어 만두'는 2024년 11월에 각각 출시됐다. 이들 제품은 지난달까지 누적 900만 개가 팔렸고,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누적 매출은 500억 원을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이 2016년 인수한 냉동식품 기업 '까우제'의 스프링롤 역시 베트남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 중이다. 독일 '마인프로스트' 공장에서 생산된 만두는 영국·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 각국으로 공급된다.
원재료·인건비 부담, 해외가 낫다
풀무원식품과 대상은 제조원가 절감과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 기지를 활용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철판바삭감자채전', '철판오징어부추전' 등 전류 제품을 베트남에서 제조한다. 대상은 청정원 브랜드 일부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한다. '유기농 수라당면'은 중국에서, '순살참치'는 태국에서 제조된다.
풀무원식품의 경우, 수작업 비중이 높은 전 제품의 특성상 국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단순한 제조원가 절감뿐 아니라 물류 효율과 생산 유연성까지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은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100만 봉 이상 판매됐다.
대상이 '청정원 유기농 수라당면'의 생산지를 해외로 돌린 건 국내산 유기농 고구마는 원물 수요가 높아 가공용 확보가 어려운 데다 국내 생산 시 관세와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상 관계자는 "국내에서 만들 경우 소비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대표 브랜드인 '카스'의 일부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이는 국내 설비로는 구현이 어려운 패키지 구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다양한 음용 환경에 맞춘 소비자 맞춤형 제품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카스 프레시 대용량(740㎖)과 알루보틀(473㎖)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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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생산·유통 구조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며 "국산 브랜드이지만 원산지는 해외인 제품이 늘어나는 데에는 소비자의 수용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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