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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다고 830억 떠안아"…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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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기형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구조에서 비롯된다.

분양 실패, 자재 공급 차질, 행정 절차 지연 등 불가항력에 따른 준공 지연에 대한 책임도 시공사가 떠안게 됐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책임준공 확약은 표면상 공사 책임만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업 실패 리스크 전반을 시공사가 감당하는 방식"이라며 "시행사는 성공하면 20~30%의 수익을 챙기고, 문제가 생겨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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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PF 책임에 갇힌 시공사들
신탁사 영향력 강화…보증만 해도 수익
"PF는 대출이 아니라 투자로 바뀌어야"

"하루 늦었다고 830억 떠안아"…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건설위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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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줄도산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기형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구조에서 비롯된다. 금융기관(자금 지원), 시행사(사업 기획), 시공사(건설)는 PF를 통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하고 이익을 나눠 갖는다. 그런데 사업 리스크는 시공사에 집중이 돼 있다. 시행사가 넘어져도 시공사가 책임져야 하고 금융기관의 투자 실패의 책임도 시공사에 돌아간다. 책임준공제를 시작하면서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누적 부담까지 고스란히 시공사 몫이 됐다.


시공능력평가 40위권의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29일 "전주(錢主)인 시행사가 책임지지 않고 시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PF 대출 위험 심사의 주체인 금융기관도 대주단으로서 일정 부분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며 "분양계약서에는 시행사, 시공사, 신탁사(자금 관리)만이 계약 당사자로 명시돼 있다. 대주단은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책임 논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루 늦었다고 830억 떠안아"…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건설위기 보고서]

정부 '해법' 내놨지만… 현장은 고통 여전

정부는 시공사에 집중된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5월 '책임준공확약 PF대출 관련 업무처리 모범 규준'을 내놓았다. 공기 연장 사유 확대, 채무 인수 비율 차등화 등이 담겼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이나 실질적 손실 보전 방안 등 중요 쟁점에 대한 개선책은 담기지 않았다. 특히 새로운 기준은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 제도 시행 이전부터 PF에 연계된 중견 건설사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올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시공능력평가 116위 안강건설은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책임준공 기한을 하루 넘겼다는 이유로 시행사인 한승물류의 830억원 규모 PF 채무를 떠안게 됐다. 이에 안강건설은 지난해 법원에 채무인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안산시의 행정 처리 지연이 준공 지연의 주된 원인이라며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시행사는 해당 물류센터의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했고 PF 자금을 갚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연대보증인이었던 안강건설이 채무를 떠안게 됐다. 안강건설은 결국 지난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 달 시공능력평가 182위 범양건영도 1098억원 규모 책임준공 채무가 발생했다. 공기 지연 사유와 관계없이 대주단과의 약정에 따라 채무는 시공사가 부담하게 됐다.


뒤틀린 PF 구조… "책임준공 확약"
"하루 늦었다고 830억 떠안아"…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건설위기 보고서]

PF 제도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리 잡았다. 부채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명목하에 토지 매입은 시행사가, 건축은 시공사가 맡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전에는 대형 건설사가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비를 조달해 사업을 추진했다. PF가 도입되면서 시공사들은 토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아도 됐다. 막대한 매입 비용을 부채로 잡지 않아도 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건설사의 부채비율은 신용등급 산정이나 공공공사 입찰에서 핵심 평가 지표다. 영업이익 등 수익성보다 더 중시된다.


그러나 시공사에 사업의 실질적 책임이 전가된다는 점이 함정이었다. 시행사 대부분은 자본금도, 책임 능력도 부족한 '기획형 법인'이었다. 건설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PF 자금을 대출해 주기에는 열악한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금융기관은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시공사는 땅을 직접 사는 것도 아닌데 시행사의 후견인 역할을 해야 했다.


이 같은 구조는 '책임준공 확약'이라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는 시공사가 예정 기한 내 준공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PF 대출의 원리금을 시공사가 지급해야 한다. 분양 실패, 자재 공급 차질, 행정 절차 지연 등 불가항력에 따른 준공 지연에 대한 책임도 시공사가 떠안게 됐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은 "책임준공 확약은 표면상 공사 책임만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업 실패 리스크 전반을 시공사가 감당하는 방식"이라며 "시행사는 성공하면 20~30%의 수익을 챙기고, 문제가 생겨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탁사들이 PF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공사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기관이 신탁사 보증을 근거로 대출을 승인하는 사례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신탁사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 기존에는 사업의 자금 관리만 하던 신탁사 역할도 시공사 선정, 공사비 책정, 사업 구조 설계로 확대했다. 신탁사 사업 역할이 커지면서 시공사 비중은 점차 작아졌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우 신탁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이 과정에서 신탁사는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지만 수익은 안정적으로 챙긴다. 자금 관리 보수 외에도 보증 수수료 등으로 별도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하루 늦었다고 830억 떠안아"…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건설위기 보고서] 한 아파트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아시아경제DB

이런 상황에서 지방 분양 사업들이 실패하면서 건설사들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분양이 안 되자 시행사는 자금난에 빠졌고 시공사는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했다. 책임준공기일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해 대주단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시공사들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악성 미분양 주택은 지난 5월 기준 2만7013가구로, 22개월 연속 증가해 11년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시공사의 욕심도 이러한 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수요가 충분하지 시장에 무리하게 공급한 결과 미분양만 양산하게 된 것이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구시는 2020년부터 공급 과잉 우려에 따라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용적률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그런데 건설사들과 기초자치단체들 반발로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주택보급률은 이미 104%를 넘어갔다.


대구시는 2018~2027년 연평균 적정 수요를 1만2500가구로 추산했지만 실제 분양 물량은 2018년 2만5141가구, 2019년 2만8057가구로 두 배를 훌쩍 넘겼다. 2022년까지도 연간 2만가구 이상의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이 승인됐다. 지역 건설노조 등 일각에서는 공급 조절을 위해 인허가 속도 조절을 요청했지만 대구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을 행정적으로 거부할 수 없었다. 결국 수요를 무시한 과잉 공급과 고금리,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지역 건설 경기는 빠르게 무너졌다.


"PF 대출 아닌 투자로 바뀌어야"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의 거의 유일한 자금 통로다. 그러나 최근 PF 부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은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신규 PF 공급이 나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다"며 "시장에 나온다는 PF 대부분이 만기연장(롤오버) 물량"이라고 말했다. 한 시행사 임원은 "웬만한 양질의 아파트가 아니면 금융권에서 아예 대출 심사도 안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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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PF가 단순 대출사업이 아니라 투자사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은행(IB)이 PF에 참여해 자본을 일부 책임지는 구조가 적정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PF 시장은 대부분 대출 위주의 상업은행(CB)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자가 아니라 대출기관이 중심이 된 PF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원리금을 상환받아야 하므로 결국 리스크는 시공사에 집중된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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