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대형 드론 2대 투입
한 달에 쓰레기 280㎏ 이상 수거
수십 년간 쌓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8.86m)에 대형 드론이 투입돼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에베레스트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비영리 단체 사가르마타 오염통제위원회(SPCC)는 지난 4월부터 네팔 드론 기술 스타트업 '에어리프트 테크놀로지(에어리프트)'가 중국 드론 제조업체 선전 다장이노베이션(DJI)의 대형 드론 2대를 활용해 에베레스트에 있는 쓰레기를 처리 중이라고 전했다.
먼저 드론은 해발 5364m 에베레스트 남사면 베이스캠프에서 사다리와 로프 같은 장비를 실어 해발 6065m에 있는 캠프1까지 수송한다. 그다음 셰르파들이 쓰레기가 담긴 자루를 드론에 연결하면 6분 만에 이를 베이스캠프로 옮길 수 있다. 대당 가격이 7만달러(약 9500만원)에 달하는 드론은 영하 20도, 시속 40㎞ 이상의 강풍에서도 비행이 가능한 성능을 지녔다. SPCC는 이 2대의 드론으로 한 달 만에 280㎏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전했다.
15차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셰르파 락파 누루(33)는 블룸버그 통신에 "우리 팀이 평소에 치우는 쓰레기의 약 70%를 올해는 드론이 대신 처리했다"며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더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는 드론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에어리프트는 네팔 당국과 협력해 에베레스트와 다른 8000m급 봉우리에 더 많은 드론 기종을 시험 도입할 계획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여러 드론 제조업체가 시험용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연락해 왔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는 해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등반 시즌에만 수만 명이 베이스캠프를 찾는다. 이 때문에 쓰레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고지대로 갈수록 청소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기후변화로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오래된 쓰레기들이 드러나 하류 빙하수와 마을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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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네팔군과 셰르파들은 에베레스트와 주변 봉우리에서 100t 이상의 쓰레기를 치워왔다. 네팔 정부는 베이스캠프 이상으로 올라가는 등반자들에게 최소 8㎏의 쓰레기를 반드시 수거해 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증금 4000달러를 몰수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콜레라 등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등반객들이 배설물을 배변 봉투에 담아 베이스캠프로 다시 가져오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현지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인 SPCC의 자료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인근에는 매년 11~12t가량의 배설물이 버려진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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