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물가 안정 대책, 이번엔 다를까

시계아이콘01분 23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이 대통령 회견에 업계 불안
압박보다 원가 구조 점검해야

"국민의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처방을 총동원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 말을 환영하지만, 과연 그 '처방'이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걱정되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거의 모든 정부가 내놓은 처방이란 것이 '기업 비틀기'와 같은 시장 왜곡 정책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자수첩]물가 안정 대책, 이번엔 다를까 계임사태 이후 기업들이 커피, 빵, 냉동식품, 라면 등 가공식품 53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밥상물가'가 비상이다. 그동안 기업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다 국정 공백기에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분석이 많다.사진은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판매대 모습. 2025.06.10
AD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6% 뛰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의 두 배 수준이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2개가 전년 대비 가격이 올랐다. 특히 라면(6.9%), 커피(12.4%) 등 서민들이 자주 접하는 품목의 인상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회의에서 "라면이 2000원이란 게 사실이냐"는 언급을 내놓자 정부는 곧장 '비상경제점검TF'를 가동한 바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3일 기자회견 이후 정부가 어떤 '강압적' 대책을 내놓을지 식품업계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언제 "호출받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업계 전반에 흐르는 게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과거 정부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3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식품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문하자, '물가 상승'의 장본인으로 찍힌 농심과 오뚜기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면 출고가를 50원씩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물가를 안정시켜 서민 경제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기업 비틀기' 외에도 더 많은 물가안정 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효과가 다소 늦게 나타나더라도 시장을 덜 왜곡시킬 대책을 마련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실제 당장의 가격 인하만을 목적으로 기업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접근은 한계가 뚜렷하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판매가를 억누르던 시대는 지났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니 이번 정부는 조금 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최근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원인은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원재료 가격은 물론 부자재, 물류비, 인건비, 환율까지 복합적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다소 떨어졌다곤 하지만, 실제 수입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고 엔저 속 원화 약세로 수입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많다. 원가와 무관한 가격 인하는 결국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생산 축소·투자 위축으로 연결된다. 서민 물가를 챙기려다 오히려 먹거리 안전성과 산업 경쟁력을 해치는 셈이다.


AD

정부는 기업을 압박해 라면이나 커피 가격을 낮춤으로써 '정책적 성과물'을 홍보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다소 뻔하지만, 그리고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 비판을 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식품 원가 구조를 점검하고, 물류비·세금 등 기업 부담을 완화해 시장주의적인 물가 인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