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복귀작서 청력 잃은 변호사 역
"갓세븐·연기 병행…좋은 사람 될 것"
"대사처럼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모르니까. 지금 이 상황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려 해요."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박진영은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마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긴 공백 끝에 복귀한 그는 "따뜻한 현장에서 스스로도 위로를 받았다"며 "그 온기가 시청자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미지의 서울'은 1화 시청률 3.6%로 출발해 10화에서 7.7%로 2배 이상 반등했다. 잔잔하게 보기 좋은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타며 6월 29일 방송된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평균 8.4%, 최고 9.4%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박진영은 극에서 교통사고로 청력을 일부 잃고 살아가는 변호사 이호수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 결핍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작은 핸디캡이 있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고 괜찮은 척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상대방의 말에 더 집중하고, 말의 템포와 타이밍을 세심히 조절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배역 준비 과정도 쉽지 않았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호수의 분량이 적어 아쉬웠지만, 읽을수록 인물에 깊이 몰입했다고 했다. 특히 친엄마가 아닌 엄마와의 관계 표현이 큰 고민거리였다. 그는 "혈연을 넘어선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지 끝까지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 촬영 후 호수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박진영은 감정이 오르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순간에 배우 박보영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박보영은 극 중 1인 4역을 소화했다. 그는 "빠른 시간 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박보영의 연기를 보고 놀랐다"며 "그의 연기 덕분에 현장에서 불안을 덜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지의 서울'을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로 보지 않았다. 작품에는 다양한 핸디캡을 지닌 사람들이 주로 등장한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았어요. 드라마를 처음 읽었을 때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떠올랐어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결핍을 가진, 현대인 모두의 이야기로 느꼈어요. 또 비슷한 결핍을 겪었던 나의 20대 시절과도 닮아 있어요. 그런 지점을 청춘들이 특히 공감하지 않았을까요."
2014년 그룹 갓세븐(GOT7) 멤버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2015), '푸른 바다의 전설'(2016), '사이코메트리 그녀석'(2019),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020), '악마판사'(2021), '유미의 세포들'(2021~2022), 영화 '야차'(2022)와 '크리스마스 캐럴'(2022)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입대 전 촬영한 영화 '하이파이브'와 드라마 '마녀'가 군 복무 중과 전역 직후 공개됐고, 전역 후 처음 선택한 작품이 바로 '미지의 서울'이다.
박진영은 전역 직후 바로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대본이 너무 좋아 제대 후 2주 만에 촬영을 시작했다"며 "군대에서 눈을 치우면서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밝혔다. 군 복무는 박진영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군대에서 말단으로 돌아가 한없이 초라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인가'를 계속 돌아봤어요. 겸손함과 초심을 되찾는 계기가 됐고, 어린 동기들과 나이, 직업 다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 지내며 배운 점도 많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힘든 순간에도 '결국 풀리겠지'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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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앞으로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는 "가수로서는 팬들이 흔드는 응원봉이 큰 힘이고, 배우로서는 어머님들이 '드라마 잘 봤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며 "갓세븐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며 쉴 틈 없이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치면 앨범도 다시 내고 싶다"며 "결국 내 목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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