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사회초년생 쌍둥이 자매 역
"'미지의 서울' 촬영 전날 도망가고 싶기도"
배우 박보영(35)은 말 못 하는 늑대소년과 친구가 된 소녀, 괴력을 가진 여성, 돌연변이와 사랑에 빠진 인물, 재난 속에서 살아남는 시민까지. 다양한 장르와 배역에 도전해왔다. 한 번도 안전한 선택에 머문 적이 없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역시 도전이었다.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박보영은 "TV 드라마가 오랜만이라 매주 반응을 보는 게 새로웠다"며 "다행히 드라마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가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보영은 극에서 사실상 1인 4역을 소화했다. 외형, 성격, 삶의 태도까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 무조건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촬영 전날까지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의 디테일은 분장과 스타일링에도 반영됐다. 미지는 눈꼬리만 살짝 아이라인을 그리고, 미래는 점막까지 메워 또렷한 인상을 줬다. 헤어스타일도 달랐다. 미지는 머리카락을 묶을 때 자연스럽게 머리 꼬리를 빼고, 미래는 깔끔하게 묶는 방식으로 차이를 뒀다. 박보영은 "미래는 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고, 미지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이런 성향의 차이를 외형적으로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보영은 쌍둥이가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가는 설정 속에서 감정선의 미세한 차이를 두는 데 집중했다. 전화 통화 장면처럼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두 인물을 오가는 연기는 더 어려웠다. "미래는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삼키는 인물이라면, 미지는 겉으로 엉엉 우는 스타일이에요. 그 차이를 눈물 연기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품 속 미지와 미래는 각각 은둔형 외톨이와 사회초년생이라는 상반된 삶을 산다. 박보영은 "저 역시 이 일이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며 인물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이어 "팬들이 보내주는 편지를 보면서 '내 자리가 여기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위로가 된다. 그게 저에게는 미지나 미래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그에게도 청춘의 민낯을 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박보영은 "미래는 초년생이었기에 퇴사나 이직이 두려웠고, 미지는 꿈이 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누구나 겪는 방황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그 과정을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지나가는 성장의 한 과정으로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기적으로도 한 단계 올라섰다. 그는 대역 배우와 함께 한 장면을 두 번씩 촬영하며 카메라 동선, 시선 처리까지 디테일하게 맞춰야 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다. 이전에는 즉흥적인 감정 연기가 주였다면, 이제는 계산이 필요한 연기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독서로 해소한다고. 박보영은 자신을 "책을 엄청나게 잘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활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상을 잘 못 하는 편인데, 그래서 소설을 좋아한다. 글을 읽으며 상상력을 보충받는 느낌이 좋다. 최근에는 단편 소설을 많이 읽는다. 가끔 영화화되면 좋겠다는 상상도 하는데, 실제로 몇편은 영화로 제작돼 뿌듯했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은 다시 한번 연기의 본질을 돌아보게 했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할머니가 미지에게 '그 모든 선택은 최선이었다'고 말해주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저 역시 배우로서 선택의 순간마다 후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 모든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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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사랑스럽고 밝은 캐릭터는 충분히 했잖아요. 이제는 어두운 역할이나 강렬한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작업,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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