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크루즈선 연료전지' 개발 추진…유럽 탈탄소 해운시장 정조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공동개발 착수
노르웨이 선급·독일 크루즈 선사와 협력
전기 수요 높은 크루즈선에 최적…친환경 겨냥

HD현대가 크루즈선에 적용할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하며 유럽 친환경 선박 시장 공략에 나섰다. 탄소배출과 소음을 줄이고, 고온 폐열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을 앞세워 탈 탄소 해운 시대의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HD현대는 19일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 HD유럽연구센터, HD하이드로젠이 노르웨이 선급(DNV), 독일 대표 크루즈 선사 '투이 크루즈'와 함께 SOFC 시스템의 크루즈선 적용을 위한 공동개발 프로젝트(JDP·Joint Development Project)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동개발의 첫 단계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유럽연구센터는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약 8개월간 크루즈선에 적합한 SOFC 안전 설계 기준을 확립한다.

루카스 노르웨이 선급 엔지니어(왼쪽부터), 크리스티안 레르허 투이 크루즈 선단 운영 및 보건 담당 이사, 염구섭 HD유럽연구센터장, 변준영 HD하이드로젠 사업개발팀 책임, 김민석 HD한국조선해양 선박연료전지시스템연구실 책임이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에 위치한 HD유럽연구센터에서 열린 'SOFC 시스템의 크루즈선 적용을 위한 공동개발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HD현대

HD하이드로젠은 자체 개발한 SOFC의 성능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운항 조건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분석한다. 또한 600~1000도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 특성을 고려해 폐열 회수·재활용 기술과 일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DNV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선급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구조 안전성과 규제 적합성을 확보하고, 투이 크루즈는 자사 크루즈선의 실증 데이터를 공유해 실선 적용을 위한 요구 조건을 마련한다.

SOFC는 천연가스, 암모니아 등에서 얻은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고효율 연료전지다. 연소 과정 없이 전기를 생산해 탄소나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고, 기존 선박용 엔진보다 효율이 높다. 특히 전력 수요가 큰 크루즈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유럽을 기술 거점으로 삼고 해당 시장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시장 성장 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SOFC 시장은 연평균 40.7%씩 성장해 2030년 약 71억2400만 달러(약 9조80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국제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HD현대의 탈 탄소 선박 기술을 유럽 현지에서 입증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저탄소·고효율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해양 산업의 탈 탄소 전환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HD현대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전문 계열사 HD하이드로젠을 설립하고, 다양한 선박에 적용 가능한 SOFC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