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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워봐야 담배꽁초 또 쌓여요" 빗물받이가 쓰레받기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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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받이 관리자 청소 동행해 보니
거름망도 뚫린 채 담배 꽁초는 가득

"이렇게 치워도 다음에 오면 어차피 또 꽁초가 쌓여 있어요"

18일 오전 찾은 서울 동작구 도림천 일대. 이곳은 2022년 8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던 장소다.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분주하게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있는 작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철제 뚜껑을 들어 올리던 최모씨(52)는 "이 근방이 비가 많이 오면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며 "청소를 안 하는 것보다는 주기적으로 해주는 게 침수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워봐야 담배꽁초 또 쌓여요" 빗물받이가 쓰레받기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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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부터 전국이 장마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도심 곳곳 빗물받이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씨 말대로 도림천 주변은 지대가 낮고 주거밀집지역과 인접해 매년 장마철마다 침수 피해를 겪는다. 2022년 8월 동작구에는 시간당 최대 141.5mm의 비가 쏟아졌다. 주차된 차량이 떠내려가고 반지하 집에 물이 허리까치 차오르는 등 피해가 컸다.


작업자들이 빗물받이 덮개를 걷어내자, 꽁초, 낙엽, 각종 포장지와 쓰레기들이 엉킨 채 모습을 드러냈다. 삽으로 퍼내도 끝이 없었다. 이들은 3인 1조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동작구 일대의 빗물받이를 정비한다. 하루에 많게는 50개 가까운 빗물받이를 청소할 수 있지만, 언덕 지형이 포함되면 작업량은 크게 줄어든다.

서울시에는 58만여개의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다. 이들을 관리하는 빗물받이 관리자는 연인원 2만3000명이다. 서울시가 매년 장마철을 앞두고 청소 인력을 투입해 빗물받이를 정비하고 있지만, 쓰레기는 치워도 치워도 다시 차오른다. 한 작업자는 "꽁초 투기를 막기 위한 거름망이나 마개도 소용이 없다"며 "어떻게든 쑤셔 넣어 버리는 걸 보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사당1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빗물받이 수십개를 살펴본 결과,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없는 빗물받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침수 원흉, 당신일 수도'라는 빗물받이 옆 문구가 무색했다. 일부 빗물받이는 거름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미 훼손돼 틈새로 쓰레기가 밀려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침수 피해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입기 쉽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반지하 가구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피해를 줄이려 애쓰지만, 그 앞 빗물받이가 막혀 있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기자가 살펴본 반지하 세대 근처 빗물받이에도 어김없이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치워봐야 담배꽁초 또 쌓여요" 빗물받이가 쓰레받기된 사연 반지하 주민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물막이판 근처의 빗물받이도 꽁초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최영찬 기자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빗물받이의 역할은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서울시는 2023년 빗물받이 관리에만 22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일부 지자체는 '꽁초 수거 보상제'를 시행하거나 주민들과 함께하는 빗물받이 청소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도 시민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서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빗물받이의 중요성과 관리 방법에 대한 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청소에 참여하면 위기 상황 발생 시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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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하수관 용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격자형 빗물받이 1m짜리를 2개 이상 연속으로 많이 설치할수록 배수가 잘된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빗물받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우수관로이기 때문에 용량을 증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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