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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文정부 'K방역' 흑서의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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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文정부 'K방역' 흑서의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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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코로나19 당시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상품화한 'K방역'의 포장지를 처음으로 한 겹 벗겨내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오는 9월 말에 만료되는, 잇단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로 미봉된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폭탄을 처리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후 처분하는 배드뱅크 설립 등의 논의가 물밑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이런 구상이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도 했다. 탕감이라는 방법론 못지않게 주목되는 언급이었다. 자신이 한 대 걸러 재창출한 과거 정부의 특정 정책이 틀렸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창궐하면 국가는 그 피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경제에 전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상대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경제에 전가하는 쪽을 택했다. 이게 다름아닌 K방역의 본질이며, 두 가지 구체적인 구동축을 중심으로 작동했다. 한 가지는 IT 인프라와 공권력을 바탕으로 다소 난폭하게 사람들의 움직임을 단속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아예 영업을 못 하게 걸어 잠근 다음 '대출을 주선해 줄 테니 일단 빌려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라'라고 하는 것으로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이다. 안 그래도 힘든데 위기대응의 선봉대로 내몰리게 된 사람들은 봉쇄하더라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임대료 부담 경감이나 적극적인 재정의 투입 등을 뒤섞는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거의 먹히질 않았다.


재난상황이 야기하는 유동성 잔치는 일시적이고 그 반작용으로 뒤따르는 경색은 예측 가능하므로 거두절미하고 실행된 대출이 폭탄으로 되돌아오리라는 예상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가 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의 공포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어느 시점부터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고, 지역별로 불과 십수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기겁하던 세상은 수백, 수천 명의 확진 소식에도 무뎌지게 됐다. 코로나19 대출로 연명 비슷하게 하던 사람들 중 빚 갚기를 포기한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임대 보증금을 진작에 다 까먹고 신용불량에 노출된 이들은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대출을 상환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이 때문에 주저하면 우리 경제가 감내할 충격이 너무 커진다. 질서 있게 문제를 정리하는 다른 방책은 현실적으로 떠올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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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방역정책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몰아붙일 순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파생된 복잡하고 위태로운 청구서가 하나씩 날아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대한 회고나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목전에 다다른 대출 만기의 문제뿐이겠는가. 방역수칙 위반을 이유로 자수하라고 윽박지르고, 안 그러면 잡으러 간다고 국가가 호통치는 합의된 폭력의 경험, 이 때문에 일상이 뒤틀리고 인생의 경로가 완전히 변해버린 개인들의 문제 등등이 너무 가볍게 잊혔다. 우리 못지않게 잘살거나 세련된 국가 중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은 곳도 많은데, 그게 IT 기술이 모자라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사회에선 '그래도 그 선은 넘으면 안 되지' 하는 선을 훌쩍 넘어버렸던 우리이고, 그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K방역이라는 네이밍과 홍보에 열을 올렸던 정부다. 현 정부가 시도하는 채무탕감 등의 조처는 그러므로, 사실상 처음 쓰이는 'K방역의 흑서(黑書)'라고 하겠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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