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본으로 합성마약 밀수 혐의
2018년 금괴 밀수 시도하다 적발되기도
일본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합성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체포됐다. 9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매체는 구마모토현 경찰이 도쿄도 시부야구에 거주하는 음악 프로듀서 모리타 마사노리(48)를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단속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의 보도를 보면, 모리타는 범행 당시 서울에서 출발해 구마모토 공항에 도착하는 항공기에 탑승할 때 '엑스터시'라고 불리는 MDMA 등 합성마약을 숨긴 여행 가방을 맡기는 방식으로 일본에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모리타는 구마모토 공항에 도착한 후 세관 검사 과정에서 MDMA 0.24g과 케타민 0.21g이 발견됐고, 구마모토현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다. 모리타는 일본의 2인조 음악 유닛인 키마구렌과 일본의 남성 4인조 힙합&레게 그룹인 케츠메이시 등 다수 인기 아티스트의 곡 제작에 참여한 유명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경찰 측은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모리타의 혐의 인정 여부나 범행 동기, 마약 입수 경로 등 자세한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모리타는 과거에도 밀수 혐의로 체포된 적 있다. 2018년 3월에는 금괴 약 4㎏을 일본으로 밀수하려다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바 있다. 해당 사건으로 그의 아내인 모델 다카가키 레이코가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일본 프로듀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던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글로벌 마약 주요 판매창구'로 전락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 3명 중 1명은 마약 공급책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을 비싼 값에 간편하게 팔 수 있는 한국이 마약 유통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앞선 일본 프로듀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던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글로벌 마약 주요 판매창구'로 전락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사범 3명 중 1명은 마약 공급책이었다. 아시아경제
지난 4월 16일 대검찰청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밀조·밀수·밀매 등으로 단속된 마약 공급 사범은 7738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은 2만3022명으로, 마약사범 중 공급 사범이 차지하는 비율은 33.6%에 달했다. 이는 '버닝썬 게이트' 이후 마약 관련 수사가 급증하며 전체 마약사범 2만7611명, 공급 사범 9145명이 단속된 2023년(33.1%)보다도 높으며 20년 전인 2004년(16.0%)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기록이다. 국내서 마약 공급 사범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주변 국가와 비교해 마약 가격이 비싸고 비대면 거래가 용이해서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마약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필로폰(메스암페타민) 가루 1g당 소매가는 300달러(약 43만원)로, 미얀마(10.39달러)나 태국(19.13달러) 등 동남아 국가에서의 소매가보다 수십 배 비싸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교역을 재개한 동남아와 중국 마약상들의 주요 시장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국경 단속이 한층 강화되며 거래하지 못하고 쌓아둔 마약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한국 시장에 대량으로 유통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단속된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8년 948명에서 2023년 3232명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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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는 국내 마약 유통의 핵심 경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텔레그램 등 익명 메신저에서는 가상자산으로 마약을 사고파는 '마약방'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경찰 추적이 어렵고 자금 세탁이 용이한 가상자산으로 마약 구매대금을 받은 판매자가 주택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마약을 숨겨놓으면 구매자가 추후 이를 찾아가는 '던지기' 수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젊은 공급 사범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체 마약사범 중 30대 이하 비율은 2019년 49.1%, 2020년 51.6%, 2021년 59.6%, 2022년 59.7%, 2023년 59.9%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63.4%를 기록했다. 마약 공급 사범 3명 중 2명은 30대 이하인 셈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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