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 종료 전 수요 몰려
5월 발행액 310억달러, 10월 이후 최대
스프레드 확대 경고
7월로 예정된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국 내 저신용 기업들이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국과의 관세 협상이 불발될 경우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 채권 수요 감소에 대비해 이보다 한발 앞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5월 한 달간 정크본드 시장에서 총 310억달러를 조달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첫째 주에만 정크본드는 86억달러가 판매돼 지난 4월 전체 발행량을 이미 넘어섰다. 정크본드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파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대신 이자(수익)가 높다. 통상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이자가 높을 때 혹은 신용등급이 낮아 일반 채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강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금 시점을 이용해 이번 달과 다음 달까지 신규 채권 발행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 관세 조치 유예 기간이 끝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초 시장을 마비시켰던 레버리지 부채 시장의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믹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데이비드 포가시는 "시장이 잠잠해진 듯한 착시에 빠져 스스로 앞서 나가다가 7월에 변동성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위험도가 높은 기업이 국채 대비 추가로 지급하는 이자율(스프레드)은 지난 4월1일 3.5%포인트에서 7일 4.61%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스프레드란 고위험 기업 채권 이자율과 미국 국채 이자율 간의 차이로,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하는 지표로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이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이자 스프레드는 다시 하락했지만, 2024년 말과 2025년 초에 기록했던 역사적 저점(3% 미만)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오락가락 관세정책뿐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도 정크본드 발행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레버리지 금융 전문 은행가는 FT에 "예상보다 높은 관세나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이 시장에 중대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올해 4월처럼 시장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겠지만, 스프레드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고 경고했다.
우량 투자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들은 이달 중 투자등급 채권 발행 규모가 1100억~1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2021년 이후 동월 기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뱅크의 카일 스테게마이어 채권시장 총괄은 "관세와 세제 법안 협상으로 인해 향후 변동성이 커지기 전, 지금처럼 변동성이 낮은 시기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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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발행 환경이 우호적이고 시장 창이 열렸다면 굳이 만기일이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기업들이 점점 더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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