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실용주의'와 '트럼프 거래주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협상 중요
"매우 어려운 '줄타기 외교' 될 것"
미국 싱크탱크의 한국 전문가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한국 외교 노선이 '가치 외교'에서 '실용 외교'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신정부가 어떤 '궁합'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양국 정부 관계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비평 글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실용주의는 2022년 대선 캠페인 당시 전직 외교관인 위성락을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본격화됐다"고 소개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안보실장으로 4일 신규 선임됐다.
그러면서 2022년 2월 이재명 대통령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조명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중국의 공세적 태도는 인정하되 한국은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적대는 한국의 국익에도,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 석좌는 3년이 지난 올해도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외교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 대통령은 4~5월 집중 유세에 나서면서 복합적 의미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중국·러시아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만 5월에는 외교가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한미동맹은 외교·안보의 기초이며 더욱 강화돼야 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 등으로 순화해 말했다. "한미동맹은 외교의 근간이며, 점진적이고 실질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등의 발언도 내놨다.
여 석좌는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밝히면서도 중국·북한·러시아와의 유연한 외교도 열어두고 있다"며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치 외교'에서 '실용 외교'로의 명백한 전환을 시사한다"고 총평했다.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 핵심 4가지로는 중심축은 한미동맹이라는 점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를 추구한다는 점,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 '글로벌 중추국' 대신 인도·태평양 4개국 등과의 실용적 협력 등 외교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진보 성향 대통령의 당선에 "당선을 축하한다"면서도 향후 한국이 친중 행보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 우려를 표명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공식 성명에서 "미국과 한국은 우리의 상호방위조약, 공유 가치, 깊은 경제 관계에 기반을 둔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의 구조적 기반을 상기시켰다.
미 백악관은 이날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질의에 '백악관 당국자' 명의로 답변을 보내 "한미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이 굳건하다"며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른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하고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여 석좌는 향후 이재명 정부의 첫 과제가 관세를 포함한 무역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문제 등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정권 초기 한미관계 설정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정부는 아시아 동맹국들에 방위비 인상과 대중 억제 강화도 요구 중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7월 8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통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여 석좌는 "무역 협상에서 상호 윈윈할 경우 이재명 정부는 정통성을 확보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강화를 보여줄 수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일방적 요구만을 고수한다면 이재명이 중국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미국 정부 내 강경파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 뜨는 뉴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북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균형 외교'를 추구한다"며 "이는 매우 어려운 줄타기 외교이지만, 이재명 실용주의와 트럼프의 거래주의가 만나면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