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부임 후 첫 만남
중국 외교 일인자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데이비드 퍼듀 신임 주중 미국 대사와의 첫 만남이자 공식 석상에서 또다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성명을 인용해 왕이 외교부장이 이날 베이징에서 가진 양자 회담에서 "미국은 최근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일련의 부정적인 조치를 도입해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중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퍼듀 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회담에서 무역과 펜타닐, 불법 이민 문제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우선순위를 강조했으며 양국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회담이 양국이 미·중 무역 합의 위반을 두고 상호 비난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최됐다는 데 주목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양국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미국 역시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응수 중이다.
현재 중국 정부가 미국에 '부당하고 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조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가이드라인 도입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판매 제한 △중국 유학생 비자 철회 계획 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가 무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해왔다. 실제로 통화가 추진 중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일 "양 정상 간 대화가 이르면 금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매일 양측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이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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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양국 정상 간 통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하고 있다는 일침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소식통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 교착 상태에서 이를 풀기 위해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 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6000억달러에 달하는 미·중 교역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라는 대(對)미국 압박 카드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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