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BOK 국제콘퍼런스 1일차
월러 美Fed 이사 "하반기 금리 인하 지지"
이창용 "스테이블코인 비은행권 허용 다양한 고려해야"
"장기금리 인하, 소비 감소 방향 작용할 수도"
"코로나19 기간 재정지출 확대, 높은 인플레이션 주요인"
"실효 관세율이 저관세 시나리오(10%)에 가깝게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노동 시장이 탄탄하게 유지된다면 저는 올 하반기 '좋은 소식(good news)'에 기반한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 경제 전망과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4월 중순 고관세(25%)와 저관세(10%) 상황별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높은 실효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인플레이션이 올해 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낮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인플레이션은 3%까지 상승했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월러 이사는 "관세 발표 변동성, 미국 법원 판결과 지난주 (유럽연합(EU)) 금속 관세 두 배 인상 등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국 관세의 일시적 인하 등에 따라 실효 관세율을 이 두 시나리오 사이 약 15%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는 실업률 상승을 초래할 것이고,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그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높은 관세는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부분적으로 생산과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 영향은 올해 하반기 가장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모든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는 "(10% 시나리오에선) 소비자와 수입업체, 수출업체가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분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0.3%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가 10%보다 높아지면 기업 역시 한계에 직면해 인상분의 더 많은 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러 이사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지 않을 것,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정책금리 설정 시 단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세 효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행히 강력한 노동 시장과 올해 4월까지의 인플레이션 진전이 무역 협상과 경제 상황을 지켜볼 시간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정책 대담에서 이 총재가 "(월러 이사는) 관세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한시적이라고 했으나 Fed의 다른 이사들에겐 이견도 있다. 어떻게 봐야 하냐"고 질문하자 "물론 각각의 견해가 다르나 전반적으로 합의되는 내용은 관세는 유가나 다른 쇼크처럼 지속성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월러 이사는 "2021년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적이었단 점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은) 오히려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당시엔 예상보다 더 지속적이었던 노동 공급 충격과 공급망 차질, 경기 부양적 재정 정책 대응 등이 겹쳤고, 현재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책금리 인하 시 목표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냐는 질문엔 "헤드라인 PCE 인플레이션은 지난 4월까지 12개월 동안 2.1% 상승했다. 2% 목표 대비 훨씬 더 높은 상황은 아니며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선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관세 및 미국 행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현재까지 외국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기대 혹은 심리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이 총재는 자본 규제 우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비은행권에도 허용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보다 스테이블코인에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자본 규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월러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비은행 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결제 도구'라고 말했다. 미국은 결제 수수료가 높은 편인데, 민간에서 결제 수수료를 낮춰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한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봤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사업과 관련해 월러 이사는 '국제 지급 결제 시스템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 논의 속도는 늦춰지고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진 1세션에선 '통화정책의 핵심 책무: Fed의 2025년 정책체계 검토에 관한 시사점'을 주제로 찰스 에번스 전 미국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단에 섰다. 에번스 전 총재는 Fed가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 전환을 검토 중이라며 성공적 이행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 정교한 인플레이션 예측, 명확한 대중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ed의 통화정책 체계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거치며 복잡해지면서 정책 효율성 저하와 의사결정 혼란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2012년부터 명시적 2% 인플레이션 목표와 이중책무(dual mandate)라는 비교적 간결한 구조로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에 기여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엔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AIT), 고용 부족분 중심 접근, 실효하한(ELB) 위험 명시 등 다양한 목표가 추가되며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에번스 전 총재는 "정교한 통화정책 체계도 중요하나 정책 성공은 궁극적으로 정책 당국의 강력한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며 "금융 안정 등 통화정책의 추가 목표 설정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단일 채널이라는 정책 도구의 본질적 제약을 고려해 신뢰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심층 연구 분석과 정확한 인플레이션 예측 능력, 잘못된 인식 해소를 위한 명확하고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2세션은 팀 윌렘스 영란은행 연구자문위원이 '수익률 곡선상의 통화정책: 왜 중앙은행은 장기 실질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변화가 장기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론 및 실증적 근거를 통해 주장했다. 윌렘스 위원은 "생애주기 특성을 포함한 모형을 구축, 저축 효과 채널을 통해 장기금리 하락의 소비제약 효과를 들여다봤다"며 "분석 결과 장기 실질금리는 소비에 양(+)의 효과를, 단기 실질금리는 음(-)의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금리 인하가 오히려 소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세션에선 프란체스코 비앙키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재정 요인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재정적 물가 이론을 토대로 OECD 37개국의 사례를 통해 재정과 물가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정부지출 증가분을 공공 부채비율과 만기로 정규화해 분석한 결과, 정부 재정의 약 80%가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채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기간 중 재정지출 확대가 높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일 수 있으며, 실질 재정 조달의 상당 부분이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에 기인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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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BOK 국제콘퍼런스는 2005년부터 개최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이번 콘퍼런스는 2~3일 양일간 '경제 구조 변화와 통화정책(Structural Shifts and Monetary Policy)'을 주제로 열린다. 올해는 물가안정목표제를 비롯해 인구구조, 재정, 기후변화, 인공지능(AI) 기술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 통화정책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와 정책사례에 대해 논의하고 시사점을 도출할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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