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방치 민원 올 1분기 1만1280건
불법 주차 단속도 어렵고 주차공간 부족해
지난 1일 서울 중구 황학동의 한 건물 앞. 건물 벽에 '오토바이 주차 금지' 쪽지가 붙어있었지만 오토바이 2대가 인도 위를 차지한 채 주차돼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황학동 일대 곳곳에서는 불법 주차된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전거 거치대에 있는 오토바이, 길 한복판에 세워진 오토바이, 배달로 잠시 정차한 오토바이를 포함해 언제 주차됐는지 알 수 없이 먼지가 쌓인 오토바이도 있었다.
길거리에 불법 주차된 오토바이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온라인 안전신문고에 접수된 이륜자동차 방치 관련 민원은 1분기 기준 2023년 7418건, 지난해 8106건, 올해 1만128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이선영씨(25)는 "출퇴근 시간 등 사람이 많을 때 오토바이까지 길을 차지하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배달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잠깐 댈 수 있지만, 아예 길 위에 주차해두면 괜히 부딪힐까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로선 이 같은 오토바이 주차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상 이륜자동차의 불법 주·정차에 대한 과태료 규정이 없어 경찰이 현장에서 불법 주차를 적발한 경우만 범칙금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주차 공간이 없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이륜자동차 이용자 수는 올해 4월 기준 225만명. 오토바이 동호회 활동을 하는 최수영씨(32)는 "일하는 날 오토바이를 안 몰 때는 비나 바람을 막기 위해 주차장에 대고 싶어도 시스템상 후면번호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막상 주차할 곳이 없으니 거리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업 종사자 윤모씨(32)도 "배달로 서울 곳곳을 다니지만 주차할 공간이 없어 퇴근하면 집 앞쪽 빈 곳에 주차한다"며 "주차가 가능하다고 한 공영주차장에서는 번호판 인식이 어려워 관리실에서 수기로 출입 기록을 적는 방식으로만 이용 가능하다고 했는데, 직업 특성상 새벽에 퇴근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매번 문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주차장법상 주차장 관리자는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의 출입을 거절할 수 없지만, 번호판 인식 등 관리 불편을 이유로 오토바이 출입을 막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시내 한 공영주차장도 오토바이 출입이 불가능했다. 오토바이 특성상 뒤쪽에 번호판이 달려 있어 차단기 앞에서 인식이 어렵고,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탓에 오토바이 출입을 관리할 인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따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 공간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구 신당동 가구거리 인근 오토바이 전용 주차칸에는 그릇 등 각종 집기가 놓여있거나 '주차 금지' 안내가 붙은 의자가 세워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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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는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 자체를 늘려야 한다"며 "일본은 일반 자동차뿐 아니라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 주차칸도 잘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차시설 다양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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