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VR 더한 콘서트 실황 상영
팬덤·기획사·극장 만난 새 시장
팝콘 대신 응원봉을 들고, 극장이 떠나가라 떼창을 외치는 관객들. K팝 콘서트 실황 영화가 무대의 열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며 영화관을 또 하나의 공연장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달 31일 영화관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첫 솔로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인 'j-hope Tour HOPE ON THE STAGE in JAPAN'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고, 국내에서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김포공항·부산본점 등 28개 상영관에서 생중계됐다. 신곡 '모나리자'와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 무대는 음향 특화관인 광음시네마에서 라이브뷰잉 상영됐다.
오는 11일에는 그룹 인피니트의 데뷔 15주년 콘서트 실황 영화 '인피니트 15주년 콘서트 리미티드 에디션 더 무비'가 CGV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을 스크린에 담았다. 한국적인 요소를 더한 곡인 '추격자', 팬들의 요청으로 최초 공개된 '에어(AIR)', 멤버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솔로 무대 등이 담긴다.
18일에는 배우 차은우의 인터랙티브 가상현실(VR) 콘서트 '차은우 VR 콘서트 : 메모리즈'가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연남점에서 상영된다. 추억의 물건, 사진, 장소 등 다음 장면의 단서가 되는 요소를 관객이 직접 선택해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을 함께 만들어가는 관객 참여형 콘텐츠다. 러닝타임은 58분 남짓이다.
7월10일부터는 '하이브 씨네 페스트 인 아시아(HYBE CINE FEST in ASIA)'가 한국·일본·태국·대만 등 아시아 10개국 350여개 극장에서 열린다. 방탄소년단·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의 콘서트 실황 영화와 각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재구성한 극장용 '싱어롱(Sing-Along)' 노래방 영상 등 5개 콘텐츠가 상영된다. 콘서트 실황 영화는 기존 DVD를 극장 상영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번이 첫 상영이다. 일부 국가의 '스페셜 로케이션' 극장에서는 굿즈 판매와 포토존 등 체험 이벤트도 열린다.
K팝 콘서트 실황 영화는 공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관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직접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 역시 무대의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해 영화를 예매한다. 극장은 상영작 부족과 관객 감소로 생기는 공백 시간을 실황 상영으로 채우며,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한다. 연예기획사는 공연장의 좌석 한계를 넘어 더 많은 팬과 접점을 넓히며, 굿즈와 콘텐츠 판매 외에도 실황 상영을 통한 부가 수익 창구를 마련하고 있다.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세환 롯데컬처웍스 엑스콘팀장은 "팬들이 콘서트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디테일을 대형 스크린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구성했다"고 말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K팝 가수를 사랑하는 글로벌 팬들이 영화관에 모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K콘텐츠를 매개로 교류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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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팬덤, 극장이 맞물린 이 흐름은 K팝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이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공연 실황 영화의 제작비는 사실상 거의 들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가수의 내레이션 정도다. 엔터사 입장에서도 꽤 좋은 수익처"라고 귀띔했다. 이어 "무대에서만 활용되던 K팝이 이제 스크린·굿즈·팬미팅·VR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과의 접점을 넓히며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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