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와 갈등 속 하버드대 졸업식
'저항 상징' 총장 환영사 내내 기립박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 속에서 치러진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은 학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저항의 목소리와 더불어 외국인 학생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표식으로 가득했다. 졸업식에 특별 연사로 초청된 의사 겸 소설가인 에이브러햄 버기즈는 본인 역시 이민자라고 밝히고, 자신이 하버드대 졸업식 연단에 선 사실이야말로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날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하버드 대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린 가운데 곳곳에서 저항과 연대의 표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달랐다. 교수진과 학생들은 지난달부터 집중적으로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앞에 하나로 뭉쳤고, 특히 최근 학생 비자 유지를 위협받는 외국 유학생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졸업식에서 앨런 가버 총장이 환영사를 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졸업생들과 단상 위에 있던 교수진은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큰 환호를 보냈다. 가버 총장은 이날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그래야 마땅합니다"라고 말하자 더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뉴욕타임스는 "그 박수는 정부에 맞서려는 그의 노력에 대한 지지의 표시였다"고 전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지난해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대한 학교의 대응을 둘러싸고 분열됐다. 당시 학교 측은 시위 가담 학생 중 13명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일부 학생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임시 총장 자리를 맡은 가버가 졸업장을 수여하자 수백 명이 우르르 식장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케피예(무슬림 남성들의 스카프)를 어깨에 두른 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이라고 외쳤다. 아울러 많은 교수진과 학생이 외국 유학생을 응원했다.
이 가운데, 많은 교수는 예복 위에 '외국 유학생들이 없으면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화합의 뜻을 보이기도 했다. 외국 유학생 지지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흰 꽃을 머리에 꽂거나 가슴에 단 학생도 있었다. 하버드대 국제관계위원회와 국제학생회가 500달러를 모금해 800송이가 넘는 꽃을 준비했다.
캠퍼스 인근에선 20여명이 피켓을 들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과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이날 졸업식 행사에서 별다른 갈등이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1년 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 수백명이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학내 집회에 대학 본부 측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한 것과는 대비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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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버드대는 미국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후 트럼프 정부와 갈등을 겪어왔다. 유대인인 가버 총장은 정부 요구안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지원금 중단에 이어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시도하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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