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경화성 폐플라스틱을 수소 생산 원료인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공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통상 플라스틱은 열을 가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한번 굳어지면 분해하기 어려운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이중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고온에 강하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주로 자동차, 전자제품에 혼합된 형태로 쓰인다. 다만 초고온 환경에서만 분해할 수 있는 특성으로 사용 후에는 매립, 소각에만 의존하게 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도 지목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은 에너지융합시스템연구단 조종표 박사 연구팀이 순산소 연소 기반의 연속식 공정을 활용해 재활용하기 어려운 열경화성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고품질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합성가스는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로 구성된다. 합성연료를 생산하는 원료 가스로도 활용되며, 이중 일산화탄소는 과열 증기와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로 전환할 수 있다.
우선 연구팀은 열경화성 혼합 폐플라스틱을 수소 생산의 원료인 합성가스로 전환하는 '순산소 연소 기반의 가스화 공정'을 개발했다. 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연속 운전이 가능한 공정을 구축, 효율을 높이고 공정의 부산물인 타르를 상용 합성가스 요구 수준보다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공기에 포함된 질소 성분을 제거해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순산소 연소 제어 기술과 가스화로 내부에 공급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축열식 용융로 기술을 적용해 1300도에 이르는 고열을 지속해 공급하는 체계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원료 투입, 전처리, 가스화 등 연속 공정을 구현하고 공정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공정에서 발생하는 타르의 양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공정의 부산물인 타르는 강한 점성으로 공정 라인에 들러붙어 지속적인 운전을 방해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100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지만, 일반 폐플라스틱 분해 공정에서는 800도 이내의 열을 활용하기 때문에 분해되지 않은 타르가 다량 발생한다. 별도의 정제 장치를 구축해 타르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공정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이 생긴다.
반면 연구팀은 연속 공정을 통해 초고온을 지속해 유지함으로써 정제 장치 없이도 타르의 발생량을 0.66mg/Nm3(노멀 입방미터 당 밀리그램)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화학연료 합성 공정에 쓰이는 합성가스의 타르 농도 요구치(10mg/Nm3 이내)보다 93.4% 감소한 수치다.
연구팀은 개발한 공정을 하루 1t의 열경화성 혼합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에서 실증했다. 이 결과 혼합 폐플라스틱 1㎏당 수소 0.13㎏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국내에서 특허 3건을 등록하고 해외 특허 1건을 출원해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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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표 박사는 "이번 성과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가스화 공정의 효율을 크게 개선하고, 타르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연구팀은 향후 공정 규모를 2t급으로 높이고, 관련 연구를 지속해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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