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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여행은 낯선 세계에서 자신의 편협함을 깨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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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끔 했다." 23년 차 여행가 김남희 여행크리에이터의 여행 에세이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좁고 못난 인간이 되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선 길에서 얻은 깨달음과 사유를 전한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 어제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나가는 이들에 대한 경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떠난 여행지에서의 공허한 시간, 여행자들을 이끄는 방과 후 산책단 리더로서의 고민, 새로운 곳에서의 또 다른 삶을 꿈꾸는 도전 등 내밀한 개인 이야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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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여행은 낯선 세계에서 자신의 편협함을 깨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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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할수록 내가 알던 상식과 진리가 무너진다. 걸으면 걸을수록 질문이 생겨나고, 내가 배워온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타인이, 나와 지구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끔 했다. 정말이지 조금 더 선한 사람이 되고 싶고, 지구와 타인에게 해를 덜 끼치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 간절함이 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10쪽, 〈프롤로그〉 중에서


여행은 결국 자기만의 세계사 교과서를 써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는 많은 경우 승리한 자의 시선으로 쓰인 일방적인 이야기일 수 있기에. 여행을 통해 우리는 평소 만날 수 없었던 이들(패한 자, 소수자들, 경계인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을 듣게 된다. 역사책 안 익명의 존재가 아니라 이름과 목소리와 체온을 지닌 구체적인 인간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그런 경험이 쌓여갈 때마다 자신만의 세계사가 새롭게 쓰인다. 세상이 내게 주입한 지식이 깨져 나간다. 그 자리에 내 시선으로 해석한 세계가 들어선다. 그렇기에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 58쪽,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중에서

젊은 날의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있는 힘껏 벌리고 싶었다. 그 사이가 너무 촘촘하게 느껴져 가끔은 숨이 막힐 것 같았으니까. 그 시절에는 내가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주 멀리 가서 살 용기는 없어서 숨을 쉬려고 밖을 떠돌았다. 그렇게 떠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타인을 향한 내 마음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저마다의 슬픔과 상처를 품고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살기 위해 애쓰고, 끝내 살아내는 모든 생명에게 측은지심이 생겨났다. 밖을 떠도는 삶이 내게 간절한 것이듯, 안에서 버티는 삶도 어떤 이에게는 애달프도록 절실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모든 삶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큰 꿈이 사라진 후에야 작고 사소한 것들을 끌어안고 견디는 삶에도 시선이 갔다. 사는 일의 긴 고단함과 서러움, 찰나의 기쁨과 유쾌함이 어느 자리에나 고루 머문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 102쪽, 〈그 섬에 다녀왔다〉 중에서

"유럽은 과거에 우리가 저지른 짓에 대한 책임이 있어. 난민을 받아들여야만 해."유럽인으로 산다는 일은 다른 세계에 빚진 자로 산다는 거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여행을 통해 키워진 게 아닐까.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이방인인 나를 받아준 타국에서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나 또한 낯선 타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 198쪽, 〈모두가 뜨거운 삶이었다〉 중에서

"지금 10분 만에 올 수 있는 곳을 네 시간 넘게 걸어오도록 뺑뺑이를 돌리신 거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자신의 두 다리로 걷는다는 건 풍경을 몸에 새기는 행위임을. 그렇게 읽어낸 풍경은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 쉽게 잊히지 않는다. - 256쪽, 〈언제까지 여행할 수 있을까〉 중에서

장작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차를 마시던 밤의 고요. 밤하늘의 별 무리와 은하수. 펴지지 않는 텐트와 씨름하던 우리를 기꺼이 도와주던 힘 센 남자들. 얼룩말과 누, 사자와 기린, 코끼리 무리와 코뿔소, 하마.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과 마주칠 때마다 빠르게 뛰던 내 심장.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제대로 살아 있는 것 같은 날들이었고, 태어나 처음 하는 것 같은 여행이었다. 여행에서의 고난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강렬하게 기억되는 여행의 추억은 대부분 고난으로 인한 경험이다. 우리에게는 평생토록 이야기할 추억이 남았다. - 320쪽, 〈처음, 태어나 처음 하는 여행 같았다〉 중에서

일단 떠나는 수밖에 |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340쪽 | 1만7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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