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축소된 시장서 자본력·제작역량 '강점'
하반기 '메이드 인 코리아'·'북극성' 선보여
ESPN 스포츠 콘텐츠 반등 카드도 만지작
국내에서 디즈니+의 입지는 불안하다. 27일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인이 많이 사용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에서 5위(193만 명)에 그쳤다. 1위 넷플릭스(1341만 명), 2위 쿠팡플레이(738만 명)에 한참 못 미쳤다. 2023년 '무빙'으로 뻗쳤던 기세를 좀처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가 장악한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라고 입을 모은다. 충분한 자본과 제작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에릭 슈라이어 디즈니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부문 사장은 지난해 8월 'D23: 글로벌 팬 이벤트'에서 "한국에서 (디즈니의) 투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고대로 디즈니+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작 시리즈를 줄줄이 내놓는다. 하반기에 공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가장 눈길을 끈다. 부와 권력을 탐내는 남자와 무서운 집념을 가진 검사가 대립하는 이야기로, 현빈과 정우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메가폰은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잡았다.
전지현, 강동원, 존 조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북극성'과 지창욱·도경수 주연의 액션 스릴러 '조각도시', 만화가 윤태호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파인: 촌뜨기들' 등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내년에는 수지·김선호의 미스터리 로맨스 '현혹', 참가자 마흔아홉 명이 참가하는 서바이벌 예능 '운명전쟁 49' 등도 전파를 탄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라인업이다. 디즈니+는 국내 시장에 뒤늦게 합류해 기대작 선점에 애를 먹었다. 좋은 작품을 찾아도 대다수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매달린 탓에 대기 순번을 받고 기다려야 했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거나 프리 프로덕션 전부터 믿음을 줘야 했다.
현시점에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상파, 티빙, 웨이브 등이 일제히 제작 규모를 축소해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해졌다. '무빙' 등의 흥행으로 글로벌 진출의 발판으로도 주목받는다.
문제는 국내에서의 작은 반향이다. 두 달에 한 번 대작 시리즈를 내세워 가입자 수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콘텐츠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디즈니+는 다양한 장르·포맷과 글로벌 콘텐츠로 틈새를 메우고자 한다. 최연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컬 콘텐츠 총괄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에 발맞춰 미드폼(중간 길이)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확장성을 갖춘 이야기에도 집중한다. 드넓은 세계관을 축으로 제작을 거듭하는 마블 시리즈 유형의 프랜차이즈 시리즈 개발을 구체화한다. 시작은 강풀 작가의 '무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콘텐츠 중에서는 다음 달 26일 예고된 '더 베어' 시즌 4와 8월 13일 공개하는 '에이리언: 어스'에 기대를 건다. '더 베어'는 천재 요리사의 치열한 생존기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담아낸 시리즈로, 이미 에미상·골든글로브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에이리언: 어스'는 지구에 추락한 의문의 우주선을 수색하다 정체불명의 포식자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스릴러다.
디즈니+는 이 밖에도 2007년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영국 유학생 살인사건을 다룬 '아만다 녹스: 뒤틀린 진실', 이혼 전문 로펌을 설립한 여성 변호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올즈페어',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시즌 5,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시즌 2, '캣츠 아이' 등을 연내 공개한다.
반등을 일으킬 카드는 하나 더 있다. 세계적 스포츠 채널 ESPN이 보유한 1만 시간 이상의 스포츠 생중계 콘텐츠다. 최 총괄은 "더 좋은 콘텐츠 경험을 선사한다는 차원에서 스포츠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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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디즈니+는 지난 3월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ESPN 콘텐츠를 선보여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중계를 비롯해 UFC '파이트 나이트', 미국프로야구(MLB) 개막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플레이오프 등 세계 스포츠팬들이 열광하는 빅게임들을 연이어 송출한다. 라이브 이벤트, 다시 보기 서비스,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스포츠센터', NBA 전문 토크 및 해설 등을 더해 스포츠 팬과의 접점을 늘리고 시청자 유입을 확대했다. 중계 판권 문제 등이 정리되면 국내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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