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여성연대 "교내 혐오 문화 점검해야" 촉구
"개인 일탈 아니라 교육공동체 구조적 문제"
경기 안양시의 한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여성 비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확산하며 논란이 된 가운데, 지역 여성 단체도 '교내 혐오 문화 점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양여성연대는 27일 '안양 S고등학교 여성혐오 사안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교내 혐오문화를 점검하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후속 조치 결과를 지역사회에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양여성연대는 "특정 집단과 계층에 대한 혐오는 어떤 공동체에서는 강화되고 어떤 공동체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이 사건은 학생 개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전체의 구조적·문화적 문제이며, 특정 성별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성차별적 인식이 해당 학교 문화 전반에 깔려있음을 드러내는 응급신호"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16일 S고등학교 체육대회에서 발생했다. 해당 고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2명이 '여자 목소리는 80㏈을 넘으면 안 된다',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해당 문구는 이른바 '계집 신조'라는 제목의 온라인 여성비하 밈의 일부다. 이는 군 복무 신조를 본떠 과거 일부 극단적 성향의 남성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졌고, 최근 SNS를 통해 10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학생들의 성차별적 인식에 대한 비판 또는 우려가 이어졌다. 안양시의회,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 등에 학교에 대한 조치나 진상 조사 등을 요구하는 민원도 접수됐다. 이 과정에서 남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본교는 이번 사안을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중대한 사안으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축소나 은폐 없이 교육적 관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모든 학생이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권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적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성 인지 감수성, 양성평등, 인권 존중 등을 주제로 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에 대해 안양여성연대는 "국가와 교육청,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체가 성찰과 변화의 지점으로 삼아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