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완화했지만 6개월간 발급은 고작 6건
부처 간 협력 미흡…추천과 발급 연결 안 돼
"창업 클러스터 형성 위해선 규모부터 키워야"
해외 기술 인재의 국내 유입을 위해 도입된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D-8-4S)'가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촉진한다는 취지로 기존 기술창업비자(D-8-4)의 정량 심사 요소를 없애고 민간 평가 중심 비자를 신설했지만, 실제 발급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를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창업자는 6명이다.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추천을 통해 10건이 심사됐고 이 가운데 6건이 발급됐지만, 올해 들어선 단 한 건도 발급되지 않았다.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는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가 공동으로 신설한 제도다. 기존 기술창업비자의 경우 OASIS(창업이민 인재양성 프로그램) 점수를 획득하거나 정부 창업지원 사업 선발 경험이 있어야 했지만, 특별비자는 이러한 정량 요건 없이 사업성과 혁신성을 평가하는 민간평가위원회 심사를 통해 중기부가 추천하면 법무부가 최종 발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올해도 민간평가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고 추천 절차도 일부 진행했다는 입장인데 아직 법무부의 최종 비자 발급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지난해 말 이후 중기부로부터의 공식 추천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자 제도의 실질적인 작동을 위해서는 중기부의 추천과 법무부의 발급 절차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지만, 현재는 부처 간 소통과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는 제도 설계 취지와 무관하게 외국인 창업자가 체감하는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창업하려면 법인 설립, 외환 신고, 체류지 등록 등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언어 장벽과 정보 접근성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실질적으로 정착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비자만으로 창업자가 정착할 수는 없다"며 "주거, 세무, 행정까지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국내 제도의 한계가 더 분명해진다. 일본은 2015년부터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운영해 외국인 창업자에게 일정 기간 사업 준비를 허용하고, 이후 사무실 임대와 자본금 요건을 갖추면 장기체류 자격인 '경영·관리 비자'로 전환해 준다. 지난해 5월 기준 이 제도를 통해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 창업자는 716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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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근 13년간 우리나라 정부 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한 외국인은 누적 3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최근 정책토론회에서 "기술창업비자 하나 발급받는 데도 4개월 이상 걸린다"며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비자뿐 아니라 인식과 시스템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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