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플 괴롭히는 이유…"팀 쿡이 중동 안 따라 갔대"

NYT "팀 쿡, 중동 순방 동행 거절"
"트럼프, 화나서 비난 메시지 내"
"애플, 백악관 최대 표적 중 하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동행을 거부하면서 둘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쿡은 지난 8년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사랑받는 CEO 중 한 명이었으나, 이제 백악관의 최대 표적 중 한 명이 됐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 로이터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지난 13∼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3개국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미국의 여러 기업 CEO들에게 동행을 권유했으나, 애플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화가 났으며, 중동 순방 기간에 애플과 쿡 CEO를 여러 차례 비난하는 메시지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칭찬하면서 "팀 쿡은 여기 없지만, 당신은 있다"고 언급했고, 카타르에서는 "팀 쿡과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쿡 CEO에게 오래전에 알린 바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집권 이후 아이폰의 약 90%가 조립되는 중국에 관세를 퍼부으며 애플에 공장을 미국으로 옮겨오라는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에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달러(약 71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아이폰에 대한 압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NYT는 "쿡 CEO는 지난 8년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업 경영자 중 한 명이었으나, 이제 백악관의 최대 표적"이라며 "애플이 올해 들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쿡 CEO의 대외적인 영향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애플 측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순방 동행 거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외에도 지난달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으며, 쿡 CEO와의 불화로 지난 2019년 회사를 떠난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최근 오픈AI에 합류해 인공지능(AI) 기기 개발을 본격화하며 애플을 위협했다. 지난 3월 AI를 탑재한 음성 비서 '시리(Siri)'의 핵심 기능 일부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해 시장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쿡 CEO는 지난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어 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애플의 기업 가치는 2조 5000억달러(약 3425조원) 불어났으나,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하며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다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쿡 CEO는 지난주 백악관에 빈번히 전화하고 회의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평화 협상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