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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월급 죄다 반납하고 나가"라는 회사, 30년 근속 즐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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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초지일관 칩 애호가의 첫 공식 자서전
'병렬 컴퓨팅' 사용처 못 찾아 고군분투
'신경망' 만나며 AI업계 황제로 거듭나

AI는 생각하는 기계…현실적 사고 중시
매서운 직원 질책 '황의 분노' 유명하지만
'기술 발전 최우선'이 장기 근속 원동력

[빵 굽는 타자기]"월급 죄다 반납하고 나가"라는 회사, 30년 근속 즐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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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 높다는 '대치동 맘'이 보면 기겁할 이야기 하나. 열 살배기 아이가 이역만리에서 부모와 떨어져 유학 생활을 시작한다. 학교를 알아봐 준 삼촌의 착오로 명문 기숙학교가 아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득실거리는 '소년 교화 학교'에 다니게 된다. 모든 학생이 담배를 피웠고, 아이는 학교에서 주머니칼이 없는 유일한 학생이었다. 일곱살 많은 기숙사 룸메이트는 며칠 전 싸우다 다쳤다며 칼에 찔린 몸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는 학교 화장실 청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씩씩하게 자란다. 상위권 성적을 놓치지 않던 아이는 마침내 대학을 갈 나이가 되자 명문대 대신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근 대학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라면 난리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이름은 젠슨 황. 훗날 AI 시대를 활짝 연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의 10대 시절 이야기다.


미국 잡지 '뉴요커'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스티븐 위트가 쓴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는 인공지능(AI)과 엔비디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어린 시절부터 칩 설계 기술자, 실리콘밸리 벤처 창업자로서의 도전과 성공, 실패를 거쳐, 마침내 2024년 기준 세계 자산 순위 11위에 오른 'AI 시대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저자는 젠슨 황의 요청으로 그의 자서전을 쓰게 됐으며, 3년에 걸쳐 젠슨 황과 엔비디아의 핵심 관계자 30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가 꼽은 젠슨 황의 성공 비결은 탁월한 집중력, 분명한 목표 의식, 그리고 과감한 실행력이다. 엔비디아의 핵심 기술인 '병렬 컴퓨팅'도 이러한 역량의 산물이다. 병렬 컴퓨팅은 1990년대 후반 게임 그래픽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처음 구현됐다. 프로세서의 구조와 동작 환경(아키텍처)에 미묘한 변화를 줘, 한 번에 여러 계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성능 면에서는 뛰어났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활용될 분야를 찾지 못해 주목받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냉대를 받았고, 주가도 바닥을 쳤다. 그런데도 젠슨 황은 병렬 컴퓨팅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기술을 고도화했다.


외면받던 이 기술은 과학자들조차 멀리하던 또 다른 기술과 만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AI 연구계에서 30년 가까이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던 '신경망' 기술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단 두 장만으로 놀라운 훈련 속도를 보인 것이다. 저자는 "젠슨 황은 이 예상치 못한 공생 관계에 자신의 회사 전체를 걸었다"고 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극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젠슨 황은 병렬 컴퓨팅과 신경망 기술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CUDA'와 같은 핵심 기술에 과감히 투자했다. 실패와 위기 앞에서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더 단단해졌다. 그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직접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젠슨 황의 독특한 리더십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화를 잘 내기로 유명하다. 일명 '황의 분노'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실수를 지적하며 "지금까지 받은 월급을 다 반납하고 나가라"고 소리치는 CEO를 상상해 보라. 하지만 저자는 이를 감정적 폭발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계산된 퍼포먼스라고 분석한다.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출시와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질책을 받은 한 직원은 "3주간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질책이 오가고, 야근이 일상이 되며, 새벽에도 대표의 메시지가 오는 환경 속에서도, 엔비디아에는 30년 가까이 근속한 직원들이 많다. 단순히 연봉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 황의 분노는 기술 혁신을 위한 필요악이자, 성장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역시 실수의 경험은 곧 자산이라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이들을 소중히 여긴다.


저자는 젠슨 황을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황은 거창한 미래 철학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 설정과 시장 창출에 집중하는 현실주의자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AI의 위험성과 철학적 의미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자, 젠슨 황은 "계산기가 수학을 파괴할까요"라고 되묻는다. 그는 AI를 '생각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보고, 인류의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는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와는 결이 다른, 젠슨 황 특유의 현실적 태도를 보여준다.


책의 번역을 맡은 백우진은 "나처럼 업무 부담을 지지 않은 채 오롯이 읽는 즐거움을 누릴 독자들이 부럽다"고 전했다. 밀도 높은 취재와 재치 있는 문장력 덕분에 한 편이 끝나면 다음 편을 넘기지 않을 수 없는,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몰입감을 준다. 1990년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로 3D 게임을 즐겼고, 오늘날 챗 GPT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엔비디아 세대'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IT 개념도 직관적인 설명으로 쉽게 풀어내, 비전문가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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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ㅣ스티븐 위트 지음ㅣ백우진 옮김ㅣ알에이치코리아ㅣ496쪽ㅣ2만8000원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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