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용 물자 진입 차단된 지 60일이 넘어
주민들, 잡초 삶고 야생동물 사냥으로 연명해
식량 부족으로 인해 오는 9월까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구 210만명이 '위기' 또는 그 이상의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낸 보고서를 인용해 가자지구에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과 상업용 물자 진입이 차단된 지 60일이 넘은 가운데, 향후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IPC는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정상(None/Minimal)-경고(Stressed)-위기(Crisis)-비상(Emergency)-재앙·기근(Catastrophe/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전체 주민 가운데 47만명(인구의 22%)은 재앙 단계, 100만명 이상(54%)은 비상 단계, 나머지 50만명(24%)은 위기 단계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PC는 '기근'이라는 용어 사용에 신중히 처리하는 가운데, 인구의 최소 20%가 극심한 식량 부족에 직면하고, 5세 미만 아동의 급성 영양실조 비율이 30%를 넘으며 인구 1만명당 2명이 매일 명백한 굶주림이나 영양실조,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이 되면 전체 지역이 기근 상태에 있다고 분류한다. 이 분류법에 따라 IPC는 "현재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인구 약 50만명(5명 중 1명)이 기아 위기에 처했다"며 "인도주의 지원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기근 위험은 단순히 가능성 있는 게 아니라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이 1년 7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농토와 목축지가 파괴되고 어업을 금지된 상태다. 특히,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1월에 체결한 정전협정의 1단계가 끝난 3월 2일부터 가자지구에 들어오는 모든 구호 식량과 의약품, 연료 등의 반입을 전면 차단하면서 유엔 산하 기구들과 민간 구호단체들이 운영해오던 구호물자 배포 센터와 무료급식소 등도 물자가 소진돼 문을 닫고 있다. 이 탓에 주민들이 잡초를 삶고 야생동물을 잡아먹어야만 하는 처지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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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스라엘은 구호물자 반입을 봉쇄하는 이유가 하마스 측이 구호물자를 탈취하거나 빼돌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함께 하마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구호물자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영국 BBC 방송이 인용한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집계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에서 밀가루 25㎏ 한 포대의 시세는 지난 2월 말의 30배인 415달러(58만 원)에 달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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