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적 충돌이 심화하는 가운데, 파키스탄 측의 강경 대응의 배경으로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꼽히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니르 육참총장은 2년여 전 취임한 이후 민간정부를 전복하지 않고도 막후에서 행정·사법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도가 지난 7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9곳을 공격한 이후, 파키스탄군은 정부로부터 관련한 대응 방안을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가디언은 "이제 보복계획에 대한 결정은 무니르 육참총장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니르 육참총장은 파키스탄군 내에서도 이례적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엘리트 군인 가문 출신이 아닌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가족은 파키스탄 분리독립 시 인도로 이주한 이력이 있기도 하다. 특히 그는 파키스탄군의 주요 엘리트 양성 과정인 사관학교가 아니라 장교 훈련학교를 졸업했다.
무니르 육창총장은 빠르게 진급해 2018년에는 요직으로 불리는 정보국(ISI) 국장 자리에 올랐다. 정보국장 재임당시 그는 임란 칸 전 총리와 갈등을 빚고 자리에서 해임됐다.
2022년 육참총장에 올라 군부 수장이 된 그는 임란 칸 전 총리의 체포, 그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의운동(PTI)의 출마 금지 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니르 육참총장은 칸 전 총리에게 충성한 주요 군 간부들을 대거 숙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와의 군사적 충돌은 무니르 육참총장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는 게 가디언이 인용한 분석가들의 해석이다. 인도와의 전면전을 요구하는 극우 민족주의 열풍이 거세지면서 무니르 육참총장에 대한 군부 내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단 것이다.
특히나 무니르 육참총장은 파키스탄의 무슬림이 인도의 힌두교도와 한 나라에서 살 수 없다는 이른바 '두 국가론'에 대한 강경한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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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전문가인 조지타운대 아킬 샤흐 교수는 "군부 수장으로서 무니르 총장은 칸 전 총리를 투옥하고, 선거를 조작하고, 민간인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등 잔혹한 면모를 보여 평가가 좋지 못하다"며 "하지만 이번 위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정치 탄압과 관련한 오명을 씻고 최대 적수인 인도에 대항한 군사 지도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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