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보고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 중립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Fed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은 다소 더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내놓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 및 금융시장 반응' 보고서를 보면 현지의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결정문과 파월 의장의 발언 모두 뚜렷한 매파적 또는 비둘기파적 신호 없이 중립적이었다고 봤다.
이번 정책결정문에는 경제전망 관련 불확실성이 '더욱(further)' 증가했고,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만 경제활동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유지됐고,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역시 순수출 등 특이요인에 기인했다고 언급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파월 의장도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발언했다. 다만 관세 등 신정부 정책으로 경제전망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된 만큼, 향후 전개 상황과 그 파급 효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추가 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신중한 접근방식을 견지했다.
시장에서는 당초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선결조건으로 인플레이션 진전을 명확히 하거나(매파적 시나리오), 반대로 최근 심리지표의 급격한 악화를 반영해 정책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비둘기파적 시나리오)를 줄 것으로 봤으나 파월 의장은 균형을 맞추면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관세 불확실성 증대를 강조하고 기존의 관망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중립적이었다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FOMC의 핵심은 경제 상황이 견고한 기반 위에 있어 갑작스러운 둔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상승 모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를 언급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물가와 고용을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금리 인하는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기자회견이 전반적으로 중립적이었으나 파월 의장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는 이번 FOMC에서 무역정책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JP모건은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라며 "매파적이거나 비둘기파적인 변화가 아니라 무역정책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나타낸 것"이라고 봤다. 다이와(Daiwa) 역시 "정책결정문 추가 문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더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결정과 관련해 실업률보다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BNP파리바는 "일반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이 주요 위험으로 떠오를 경우 초점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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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파월 의장이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다고 언급하면서 Fed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파월 의장이 경제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데 드는 비용 '상당히 낮다'고 말하면서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다소 낮아졌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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