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교육용·사회복지 등 폐교 활용 제한
공유재산법 거칠 수 있지만…시간·비용 비효율성
"교육당국의 혁신적 대책 필요"
한국은 폐교를 유용하게 쓰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좁기만 하다. 철저히 공익 목적이 아니면 쓰는 게 쉽지 않아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법 자체를 수정하지 않는 한 방치된 폐교는 계속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폐교특별법)은 폐교를 활용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1999년 제정됐다. 해당 법은 폐교 활용에 대한 책임을 명시할 뿐만 아니라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 제5조에 따르면 시·도 교육감은 폐교를 교육용·사회복지·문화·공공 체육·소득증대 시설 등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몇몇 조건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대부 또는 매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폐교재산을 소득증대 시설로 활용하는 경우 시·도 교육감은 감액한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폐교 땅과 건물을 빌려주는 게 가능하다.
다만 폐교재산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턱없이 좁다. 사실상 공공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폐교재산을 쓸 수 없기에 민간업체 등은 대부 또는 매각에 나서기 어렵다. 폐교 활용 범위가 좁다는 지적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해 대안교육 기관에 무상 대부를 할 수 있게 규정한 폐교특별법 일부개정안을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7월 시행되지만 여전히 공공 목적에만 한정돼 민간업체가 대부 또는 매각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헌승·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학교법인, 청년창업기업이 폐교를 쉽게 활용토록 하는 폐교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폐교특별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폐교를 활용하고자 하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공유재산법)을 거치면 된다. 하지만 폐교특별법 제3조에 따르면 폐교재산 활용에 관해서는 폐교특별법이 우선한다. 폐교특별법을 명확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기 힘들어 교육현장에서는 폐교를 처리할 때 안전하게 폐교특별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울러 공유재산법은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입찰을 거쳐야 하기에 시간 및 비용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에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합동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폐교 재산 활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폐교특별법과 공유재산법 간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가이드라인은 폐교특별법에 없는 재산 이관, 양여, 교환 등을 진행할 때는 공유재산법에 따를 수 있다는 점과 폐교 활용을 위한 행정절차 및 소요 기간 단축 방법 등을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가이드라인은 2020년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 사례를 소개하면서 "폐교재산을 폐교특별법상 교육용 시설로 활용할 수 없어 기타 용도로 대부할 때 공유재산법 시행령의 수의계약 요건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대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은 가이드라인이 적극적인 폐교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 전담직무대리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폐교 재산 활용도가 제고되면 지역사회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유재산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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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가들은 폐교 활용을 촉진하려면 폐교 재산 활용의 범위를 더 넓히고 참여자를 다각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폐교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계를 고치지 않으면 폐교가 방치되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혀 새롭지 않은 대책이다. 이전에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방안을 내놓았지만 폐교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지금 이대로는 폐교가 계속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당국의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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