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기조 연장선으로 관측
"사실상 금지" 사내 불만 표출도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한파 속에 LG에너지솔루션이 특근 및 재택, 유연 근무제를 전면 재정비하며 허리띠를 더욱 조이고 있다. 사내 지침을 통해 그동안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되던 근무 형태를 엄격히 제한하며, 조직 전반에 긴축 기조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비상 경영 체제에 인건비와 운영비를 정밀하게 조절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초과근무와 재택근무, 유연근무 관련 지침을 변경했다. 종래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되던 근무제가 앞으로는 팀장이나 팀 차상위자인 '담당'의 재량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특근 인정 시간은 월 20시간 이내로 제한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비상 경영 기조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배터리 업계 전반에 캐즘 현상이 나타나자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투자와 비용 구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선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각 사업 부문의 추가 수주를 통한 매출 확대, 글로벌 생산공장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근무제 통제 역시 조직 구조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세액공제(AMPC) 금액을 제외한 실적은 8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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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특근·재택근무에 대한 '사실상 금지'로 받아들이며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위기 인식과 비용 절감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각 조직의 업무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통제에는 반감을 보이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 밤낮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업무 유연성을 해치는 경직된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각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조직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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