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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전' 스페인, "재생에너지는 모범생…전력망 투자는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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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의존 유럽서 발생한 첫번째 대정전
작년 스페인 재생에너지 비중 57%까지 확대
"전력망은 대부분 수십년전 건설 한 것"
변동성 큰 재생에너지, 주파수 불안 야기

'대정전' 스페인, "재생에너지는 모범생…전력망 투자는 낙제점" 대정전이 있었던 4월28일 스페인 론다 외곽 지역에서 송전선로가 저녁 노을에 보여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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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스페인 전력 회사인 레드일렉트리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수요를 만족할 만큼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은 4월 28일 스페인에서는 대정전이 발생해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력 당국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력망 투자가 대정전을 유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년간 스페인의 태양광 발전 용량은 5배 이상 증가했지만 전력망 대부분은 수십 년 전에 건설 및 설치된 것"이라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전국적인 정전이 전력망의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번 스페인 대정전은 재생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국가에서 최초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1년 스페인 전력의 31%를 차지했던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지난해에는 57%까지 늘었다. 이러한 급속한 증가 덕에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레드일렉트리카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는 전체 에너지 구성에서 풍력발전이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태양광 발전이 17%로 3위였다. 원전은 19%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석탄 발전은 1.1%에 불과했다. 스페인은 2020년대 말까지 태양광 발전을 70% 더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이 승인한 스페인의 에너지 로드맵에는 2027년부터 2035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페인은 재생에너지에 비해 전력망 투자는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년간 스페인은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평균 30%를 전력망에 투자했다"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전력망에 70센트를 투자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할수록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커 전력망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전력망 투자가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력망 투자에 대한 상한선을 두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이 상한선을 상향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대정전이 발생했던 28일 오후 12시 30분경 풍력 발전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원자력발전소에 과부하 신호가 접수되면서 자동으로 제어봉을 삽입해 원전 가동을 멈추었다. 또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몇 초 사이에 태양광 발전량이 18GW에서 8GW로 뚝 떨어졌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히 변동하면서 평소 50헤르쯔(㎐)를 유지하던 전력망 주파수가 급락하면서 대정전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전력 계통의 주파수 불안을 야기해 대정전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화력, 원전, 수력 등 전통적인 전력망은 터빈이 회전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교류 기반이다. 교류 전기는 일정하게 주파수를 유지한다. 반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직류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교류로 전환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주파수는 전력망의 '심장박동'으로 전통적으로 화력발전, 원자력, 수력이 제공하는 관성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며 "스페인은 28일 오후 이러한 에너지원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 패널에서 대부분의 전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에너지의 프라티크샤 람다스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전력망에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공급할수록 전력망은 교란에 더 민감해진다"고 설명했다. 가스 터빈이나 원전과 같은 전통적인 발전원은 이같은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적인 변동성을 완화해줄 수 있지만 대정전 당시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대정전 발생 직후 기상이변, 사이버공격, 인적 실수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중 주목을 끌었던 것이 유도 대기 진동(Induced atmospheric vibration)에 의한 정전 가능성이었다. 유도 대기 진동은 급격한 기온 변화나 국지적인 기상 현상으로 발생하는 전력선의 비정상적인 작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캐디프 대학교의 지앤중 우 교수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대정전 당시 해당 지역의 날씨는 좋았다"며 유도 대기 진동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스페인 당국은 재생에너지가 대정전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스페인 환경부 장관인 사라 아게센은 "28일 오후 태양광이 55%, 풍력 10%, 원자력 10%, 수력 10%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작동했다"며 "재생에너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정전 이후 '에너지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지리적으로 다른 유럽국가들과 분리돼 있어 독립적인 전력망을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의 전력 시스템은 포르투갈, 안도라, 모르코, 프랑스와 연결돼 있는데 그 비중은 전체 용량의 3%인 3기가와트(GW)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이를 2030년까지 15%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은 프랑스와의 연계망을 건설하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2027년에 전력망 연결 용량은 5GW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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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페인 카이샤은행은 지난달 발생한 대정전으로 인해 스페인 경제에 4억 유로(약 635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분기 GDP의 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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