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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트럼프 관세, 아시아 수출 성장 신화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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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주도 성장 모델 한계 드러내
수입대체 전략 선택했던 인도
대외 충격 덜 받아 상대적 안정
'아시아판 IMF' 다시 논의할 때

[SCMP 칼럼]트럼프 관세, 아시아 수출 성장 신화를 흔들다 앤서니 로울리 亞지역 경제 및 금융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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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중심의 경제 발전이라는 길을 따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주행하던 중 내비게이터가 수출 주도 성장을 통해 더 빠른 길로 가라고 조언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 지시에 따라 기꺼이 경로를 변경했지만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관세 장벽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자 내비게이터가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해 다른 길로 나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분노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것인가, 아니면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이는 현재 여러 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무역 현실의 민낯이 새롭게 드러났고, 아시아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은 장애물로 가득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는 수십년 동안 서구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개방경제와 수출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인도는 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제조업을 장려하는 수입대체 정책을 선택했다. 오토바이부터 공작기계까지 모든 산업이 이 제도의 영향권에 놓였다.


하지만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이제 여러 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중국의 자급자족 기조, 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 속에 더 이상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성장도 더는 쉽지 않다.


이 모든 문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과도한 소비와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 무역 불균형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이렇게 선언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약 60%를 차지했던 아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집중되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재편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IMF는 또 "무역 자유화와 가치 사슬 통합에 기반한 이 지역의 성공적인 성장 모델이 점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같은 성장 모델이 IMF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성공적이었을까? 과거 서구식민주의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을 원자재 공급지로 활용하면서 이 지역의 산업화를 억눌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은 영국과 유럽 대륙의 국가들을 사실상 파산 상태로 몰아넣었고 미국은 전쟁 피해 없이 더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을 통해 러시아(옛 소련)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컸다.


이후 산업화와 경제개발은 일본을 거쳐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기러기형 발전 모델'이라 부르며 '아시아의 경제 기적'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기적보다는 '착각'에 가까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출주도형 개발은 수입국의 충분한 수요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중국은 자국 내 수요를 자국 생산으로 충당하려 하고, 일본과 유럽은 중국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IMF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인정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대폭 하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이 지역의 성장률을 지난해 4.6%에서 0.5%포인트 낮춘 3.9%로 전망했다. IMF는 이에 대해 "글로벌 수요 둔화, 무역 감소, 금융 여건 긴축, 그리고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6.2%, 내년에는 6.3%로 비교적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외부 충격을 덜 받는 구조가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IMF와 같은 서방의 다자기구 조언(혹은 압력)을 지나치게 쉽게 수용한 대가를 치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 시장 또한 그 뚜렷한 예 가운데 하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막대한 외국 자본 유입에 문을 열었다(이는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했던 일로, 라틴아메리카 위기로 이어졌다). 그 결과 아시아는 자본수지 위기를 겪으며 여러 국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판 IMF'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미국에서 비롯된 조언과 자금이 아닌 자생적인 해법과 지원이 요구되었다. 한편 자본 통제를 신중히 유지해온 중국은 이러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외부 개입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각국은 자국의 현실과 국제 정세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지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판 IMF'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각국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결국 막다른 길이 되어버리는 '지름길'은 피해야 한다.


앤서니 로울리 亞지역 경제 및 금융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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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rump's tariffs are waking Asia up from the dream of export-led growth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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