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SCMP 칼럼]트럼프 관세, 아시아 수출 성장 신화를 흔들다

시계아이콘02분 2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수출주도 성장 모델 한계 드러내
수입대체 전략 선택했던 인도
대외 충격 덜 받아 상대적 안정
'아시아판 IMF' 다시 논의할 때

[SCMP 칼럼]트럼프 관세, 아시아 수출 성장 신화를 흔들다 앤서니 로울리 亞지역 경제 및 금융 전문 기자.
AD

내수 중심의 경제 발전이라는 길을 따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주행하던 중 내비게이터가 수출 주도 성장을 통해 더 빠른 길로 가라고 조언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 지시에 따라 기꺼이 경로를 변경했지만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관세 장벽이 나타나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자 내비게이터가 막다른 골목에서 후진해 다른 길로 나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분노에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것인가, 아니면 내비게이션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이는 현재 여러 아시아 국가가 직면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무역 현실의 민낯이 새롭게 드러났고, 아시아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은 장애물로 가득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는 수십년 동안 서구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개방경제와 수출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인도는 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제조업을 장려하는 수입대체 정책을 선택했다. 오토바이부터 공작기계까지 모든 산업이 이 제도의 영향권에 놓였다.


하지만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이제 여러 아시아 국가는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과 중국의 자급자족 기조, 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 속에 더 이상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성장도 더는 쉽지 않다.


이 모든 문제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과도한 소비와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 무역 불균형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왔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이렇게 선언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약 60%를 차지했던 아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집중되면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재편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IMF는 또 "무역 자유화와 가치 사슬 통합에 기반한 이 지역의 성공적인 성장 모델이 점점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같은 성장 모델이 IMF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성공적이었을까? 과거 서구식민주의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을 원자재 공급지로 활용하면서 이 지역의 산업화를 억눌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은 영국과 유럽 대륙의 국가들을 사실상 파산 상태로 몰아넣었고 미국은 전쟁 피해 없이 더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을 통해 러시아(옛 소련)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컸다.


이후 산업화와 경제개발은 일본을 거쳐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기러기형 발전 모델'이라 부르며 '아시아의 경제 기적'이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기적보다는 '착각'에 가까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수출주도형 개발은 수입국의 충분한 수요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중국은 자국 내 수요를 자국 생산으로 충당하려 하고, 일본과 유럽은 중국의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수출주도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IMF 역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인정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처음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가장 대폭 하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이 지역의 성장률을 지난해 4.6%에서 0.5%포인트 낮춘 3.9%로 전망했다. IMF는 이에 대해 "글로벌 수요 둔화, 무역 감소, 금융 여건 긴축, 그리고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성장률이 6.2%, 내년에는 6.3%로 비교적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외부 충격을 덜 받는 구조가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IMF와 같은 서방의 다자기구 조언(혹은 압력)을 지나치게 쉽게 수용한 대가를 치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 시장 또한 그 뚜렷한 예 가운데 하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은 막대한 외국 자본 유입에 문을 열었다(이는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했던 일로, 라틴아메리카 위기로 이어졌다). 그 결과 아시아는 자본수지 위기를 겪으며 여러 국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판 IMF'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미국에서 비롯된 조언과 자금이 아닌 자생적인 해법과 지원이 요구되었다. 한편 자본 통제를 신중히 유지해온 중국은 이러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외부 개입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이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각국은 자국의 현실과 국제 정세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지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판 IMF'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각국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결국 막다른 길이 되어버리는 '지름길'은 피해야 한다.


앤서니 로울리 亞지역 경제 및 금융 전문 기자


AD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rump's tariffs are waking Asia up from the dream of export-led growth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5.2011:02
    中 과학굴기, 배경엔 '시진핑 복심 부총리'가 있었다
    中 과학굴기, 배경엔 '시진핑 복심 부총리'가 있었다

    한국이 대선을 앞두고 과학기술 부총리제 부활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급 직위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 전략에 맞서는 중국은 과학기술 육성에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 국무원 부총리가 중앙과학기술위원회 주임을 맡았다. 그의 공식 명칭은

  • 25.05.2011:00
    "국무회의 보다 셌던 과기부총리 회의"
    "국무회의 보다 셌던 과기부총리 회의"

    "과거 과기부총리는 각 부처를 넘나들며 강력한 조정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더 복잡해진 글로벌 환경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부처 간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부총리 제도가 있던 참여정부에서 과기부 차관을 지낸 정윤 청운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이어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뒤지고 있다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 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지고

  • 25.05.2011:00
    전방위로 확산되는 AI기술…부처 뛰어넘는 컨트롤타워가 답이다
    전방위로 확산되는 AI기술…부처 뛰어넘는 컨트롤타워가 답이다

    편집자주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기술 빅뱅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명운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명확한 국가 전략과 강력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AI 시대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연구개발(R&D) 예산 혼란과 부처 칸막이라는 상황은 하루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1년과 비교될 정도의 귀중한 시간만 흘려보냈다.

  • 25.05.2011:00
    AI는 국가전략기술…예산·정책 넘어선 혁신 거버넌스 구축해야
    AI는 국가전략기술…예산·정책 넘어선 혁신 거버넌스 구축해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과학기술부총리제도가 다시 주목받는 건 챗GPT 등장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기술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컨트롤타워를 맡기에는 덩치가 커진 것이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마다 과기부총리제 재도입을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런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올해 기준 약 30조원에 이른 과학 연구개발(R&D) 재원은 인공지능(AI

  • 25.05.1414:34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4050 채용도 어려운 中企 "정년 따질 때가 아니죠"

    시화공단 현장 르포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육중한 프레스 기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 대형 설비 앞에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작업 중인 신송남씨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옆 사람의 말소리마저 집어삼킬 만큼 커다란 굉음을 내뿜으며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는 이 설비 앞에서 방심은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찾아간 경기도 시화공단 내 정일산업 공장에서 처음 마주한

  • 25.05.2007:01
    최창렬 "한동훈 '따로 유세' 김문수에게 큰 도움 안될 것"
    최창렬 "한동훈 '따로 유세' 김문수에게 큰 도움 안될 것"

    5월19일 아시아경제 'AK라디오'에 출연한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대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가겠다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상을 클릭하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20일 부산 광안리를 시작으로 현장 유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와 같이 유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25.05.1808:30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한국 부자들도 솔깃…70억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美재정부채 모두 갚나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500만달러(약 71억원)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즉시 발급해주는 '골드카드' 제도의 시스템 테스트에 들어갔다. 16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은 "미국의 새로운 영주권 카드인 골드카드가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후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잠재 고객이 3700만명에 달하며, 10만개만 팔려도 미

  • 25.05.1708:30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트럼프 장남의 사교클럽 논란…입회비만 7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전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회원비 50만달러(약 7억원)의 고액 사교클럽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이름이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행정부)'로, 아버지의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중동, 유럽, 아시아 각국을 돌며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행정부

  • 25.05.1706:00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트럼프 때문에 재점화 된 '캘렉시트' 논란…캐나다에 역합병되나

    미국 서부 최대 경제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위 '캘렉시트(Calexit)'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과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 내에서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주 내에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말까지 54만 명의 청원 서명을 모으면 분리 독립

  • 25.05.1515:48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이준석 호랑이굴로 돌아와라, 한동훈은 선대위 참여해야"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5월 14일 오후 4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AK라디오'에 출연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을 위해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스스로 결단해줘야 한다"며 "한동훈 전 대표도 당장 선대위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 위원장은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대선 전체 판도를 어떻게 보나.투표가 임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