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침공 사실 공식 언급
우크라이나, 미국 지원 유인책 확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등 자원 개발에 미국의 참여와 이익을 인정하는 이른바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협정에 대해 "평등하고, 이익이 되는 좋은 합의"라고 평가하면서 양국이 의결권을 반반씩 갖는 재건 투자 기금을 만들게 된다고 소개했다.
서명 주체는 즉각 공개되지 않았으나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이 미국을 방문한 만큼 그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명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은 초안 최종본을 근거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자원, 석유, 가스, 기타 천연자원에 대해 공동 투자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미래 군사원조 기여금을 이번에 설립될 기금에 기여하는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최종 초안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군사지원의 대가로 미중전략경쟁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진 희토류 개발 등과 관련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의 지원이 끊기지 않게 할 수 있는 유인책을 확보하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 협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 안전 보장 문제가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명시되고, 미국의 기존 안보 지원에 대한 보상 문제도 빠지는 등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협정 최종안에서 우크라이나의 향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때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도 빠졌고, 미국이 통제권 확보 필요성을 거론했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래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 방어에 제공한 중대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인정하는 가운데, 이번 경제 파트너십을 통해 두 나라는 양국의 자산, 재능, 역량이 우크라이나의 경제 회복을 가속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함께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인정하길 꺼리던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나는 오늘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역사적인 경제 파트너십 협정 체결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이 말했듯 미국은 이 잔인하고 몰상식한 전쟁의 종식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자유롭고 번영하는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전념하고 있음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분명히 말하자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물자를 공급한 어떤 국가나 사람도 우크라이나 재건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국민 모두를 위한 이 역사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신속하게 운영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년2개월 이상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여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향후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다만 이번 협정의 이행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의회의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광물 협정 서명을 위해 워싱턴을 찾았으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유감을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사과했으며 양측은 협상을 통해 최근 광물협정 체결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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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정 체결은 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나란히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대일 대화를 가진 후에 이뤄졌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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