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농업유산, 2012년 도입후 19개소 지정
농식품부, 보전·관리 넘어 관광자원화 추진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청산도의 '구들장 논'은 전통 온돌 문화를 농경에 접목해 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독특한 계단식 논이다. 봄이 되면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와 함께 유채꽃 향기가 가득한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구들장 논이 빚어낸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가진 구들장 논은 2013년 첫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역 축제 및 기존 관광상품과 연계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청산도 구들장 논 등 국가중요농업유산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농업유산에 대한 보전·관리에서 나아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전통 농업 방식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고,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해 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농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보전할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농업자원을 지정해 3년간 국비 지원을 통해 보전·관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하면 농업유산 자문위원회가 ▲역사성·지속성 ▲생계유지 ▲고유한 농업기술 ▲전통 농업문화 ▲특별한 경관 ▲생물다양성 ▲주민참여 등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고 농식품부가 지정한다. 2013년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을 시작으로 지난해 청양 구기자 전통 농업까지 총 19개소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지닌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고 있다. 현재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 등을 포함한 총 7개 지역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농업유산이 세계적인 유산으로도 인정받은 셈이다. 올해 9월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농업유산협의회 국제콘퍼런스'를 제주도에서 열고 전통적인 농업방식의 계승과 발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은 각기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농업 방식과 지역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깊이 있는 체험과 더불어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제주 밭담은 청산도 구들장 논에 이어 같은 해 2호 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봄이 되면 섬 전역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제주의 밭담은 돌과 땅, 그리고 사람의 손끝이 만들어낸 독특한 농업 경관이다. 돌과 바람이 많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밭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토양유실을 방지해 농업 생물다양성은 물론 수려한 농업 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전통차 농업이 살아 숨 쉬는 차의 고장인 하동은 수백 년 전부터 찻잎을 따고, 덖고, 우려내던 곳이다. 봄이 오면 지리산 자락을 따라 펼쳐진 차밭에 새로운 잎이 피어나고,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첫 수확이 시작된다. 올해 5월 2~5일 열리는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에서는 차밭을 거닐며 차 향기를 맡고, 깊은 맛을 담은 차를 음미할 수 있다.
담양은 대나무의 향기가 짙은 고장으로 봄에는 단순히 대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나무가 자라나는 논밭과 사람의 손길, 죽순을 캐는 삶까지 체험할 수 있다. 대나무 축제(5월 2~6일)에서는 대나무 공예 체험, 전통 대나무 음식, 음악과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으로 봄이 되면 금산 인삼이 자라나는 생육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인삼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체험과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지역 주민들과의 따뜻한 교류를 통해 치유와 농업인의 정성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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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관계자는 "봄날, 농업유산을 찾는 케이 아그로 헤리티지(K-Agro Heritage)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가중요농업유산과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발굴하고 국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홍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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