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황제경호, 스타갑질? 문제는 '팔이피플'[K스타 출국 전쟁②]

시계아이콘02분 1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팬, 홈마, 승객 뒤엉킨 출국장
한국은 혼란…해외는 관리 철저
무너진 공항 안전, 누가 책임지나

편집자주K컬처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의 출국은 더 이상 개인 일정이 아닌, 대중과의 '공적 만남'이자 문화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공항에서 벌어지는 무질서한 환송 풍경은 산업의 밝은 면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다. 본 기획은 '문화의 확장과 공공 안전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팬덤 문화의 자율성과 대중의 이동권, 공항의 운영 효율성과 같은 복합적인 요소 속에서, 정책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실제 현장의 사례와 관련 기관의 대응, 국내외 정책 비교 등을 통해 K컬처 시대에 걸맞은 공항 안전 관리의 방향성과 팬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한다.

황제경호, 스타갑질? 문제는 '팔이피플'[K스타 출국 전쟁②]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찾은 여행객들이 탑승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강진형 기자
AD

"비켜주세요." "팬들 물러서세요, 다칠 수 있어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스타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팬들과 취재진, 그리고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매니저들은 팬들을 밀치며 통로를 확보하려 하고, 경호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이동로를 뚫었다. 일반 승객이 밀려 넘어질 뻔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출국장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달 스타 A의 출국을 지켜본 한 공항 근무자는 "공항이 공연장처럼 변했다"고 회상했다. 국가가 지정한 '가'급 보안시설인 공항은 스타들의 출국길 앞에서 점점 공공질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최근 일본 일정을 위해 출국한 한 대형 연예기획사 매니저는 "몸으로 막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팬들과 홈마들이 스타를 둘러싸고 밀착하는 상황에서는, 경호원과 매니저들이 신체 접촉 없이 스타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터치 금지 원칙은 알지만, 현장에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 "공항에 몰려든 인파는 통제가 어렵다"며 "물러서라고 아무리 말해도 꿈쩍도 하지 않고, 팬들이 조금만 밀어도 '만졌다', '폭행했다'며 신고를 운운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용히 스타를 응원하는 팬들은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의 출국 현장에 다녀온 윤지연씨(23)는 "대다수 팬은 규칙을 지키려 하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움직이는 홈마들 때문에 현장이 혼란스러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마들은 스타의 공항 사진을 고가에 판매하거나, 이를 굿즈로 제작해 수익을 올린다. 특히 신인 그룹의 경우 향후 수익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촬영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한 대형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출국장 사고의 절반 이상은 홈마들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던 일반 승객들이 인파에 치이거나, 통로가 막혀 제시간에 출국하지 못하는 일도 흔해졌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타를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일반 승객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글이 퍼지며 공감을 얻었다.


공공장소에서 사설 경호원이 일반 승객을 밀치는 것은 명백한 폭행죄에 해당한다. 지난해 배우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설 경호업체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공항 내 질서 유지 책임은 공항공사 보안요원과 공항경찰대에만 있으며, 사설 경호원이 '통로 확보'를 이유로 승객을 제지하는 것은 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다.


해외 주요 공항들은 연예인 출국 시 질서 유지 체계를 갖추면서도, 사설 경호원의 권한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에는 'PS(The Private Suite)'라는 별도의 프라이빗 터미널이 운영된다. VIP와 유명 인사를 일반 승객과 철저히 분리해 이동시키며, 별도의 보안 검색과 차량 이동 절차를 통해 팬들과의 접촉 자체를 차단한다. 미국은 연방항공보안규정(49 CFR Part 1542)을 통해 공항 내 질서 유지 권한을 보안요원과 경찰에게만 부여하고, 사설 경호원의 물리적 제지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황제경호, 스타갑질? 문제는 '팔이피플'[K스타 출국 전쟁②]

일본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은 연예인과 팬 사이 최소 50미터 이상의 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보안요원이 즉각 개입해 통제한다. 영국 히드로공항은 VIP 서비스 구역을 통해 스타와 일반 승객의 동선을 분리하고, 프랑스 샤를드골공항은 별도 출입구를 마련하거나 공항경찰과 협력해 팬 접근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항 내 무단 접근이나 질서 방해 행위에 대해 즉각 체포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 규정도 적용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의 품격은 공공질서 위에서 완성된다. 양질의 산업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자 부담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설 경호원은 공항에서 제3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며 "공공질서는 원칙적으로 공항경찰대나 보안요원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가 아닌 연예인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는 것은 특혜 소지가 있다"며 "공항을 통해 영리 활동차 해외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합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그렇게 확보한 전용 동선과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항은 그 비용으로 질서 유지를 위한 용역 경비를 충당하거나 일반 시민 불편을 보상해야 한다"며 "몰려드는 팬들도 문제지만, 사고 책임 주체는 공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안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6.1114:00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송인수 "채용을 바꿔야 교육이 바뀐다"

    "출신 대학을 보고 채용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도 없다." 송인수 교육의봄 대표는 아시아경제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채용할 때 지원자의 능력보다 '출신학교'를 보고 뽑기 때문에 학벌 경쟁이 벌어지고, '학벌'을 얻기 위해 사교육비 폭증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2020년 창립한 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벌 없는 채용'이 핵심이라고 보고, 기업의 채용 변화에 나

  • 25.06.1114:00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윤지관 "대학 특성화로 서열 구조 타파해야"

    "대학 특성화를 통해 지방 대학을 살려야 서울 중심 대학 서열 체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지관 대학문제연구소 소장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 구조는 교육을 넘어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대학문제연구소는 대학 문제가 고등교육만이 아니라 인구, 사회불평등구조, 국민복지, 지역균형발전 문제 등 국가 의제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아래 해법을 연구해

  • 25.06.1114:00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남궁지영 "정권 변해도 교육 정책은 백년가야"

    수능 응시자 3명 중 1명은 N수생인 시대다. N수생 증가는 수능 대비를 위한 사교육 증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불평등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개선되어야 할 대표적인 교육 문제로 꼽힌다. 최근 N수생 실태를 조사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잦은 입시 정책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남궁 연구위원은 "2019년 조국

  • 25.06.1015:00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벤 넬슨 "입시, 대학 자체 기준으로 뽑아야"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하나의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할 게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벤 넬슨(Ben Nelson) 미네르바 대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별로 자체적인 입학 기준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넬슨 설립자는 대학의 인재 선발 확대가 수험생(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

  • 25.06.1015:00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국가교육委 역할과 권한 강화해야"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은 '입시 지옥'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인 토론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아시아 경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교육부터 대학 교육까지 지식 전달식(주입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짚으면서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교육보다는 암기,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이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 25.06.1109:50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국민의힘 한심, 다투는 것도 한가로워"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 시사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의 첫인사는 무난했다. 문재인 정부 첫인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충무로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 교수는 "당장은 경제가 급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가의 장기 발전과 관련한 인프라를 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입법권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듯한 모양새를 연

  • 25.06.0707:30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

    최근 미국 월가에서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멕시코 음식 타코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기자에게 "무례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의 신조어 타코는 'Trump Always Chicken

  • 25.06.0517:15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②박명호 교수 "이 대통령 과반 못 넘은 것 항상 유의해야"[AK라디오]

    5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와 위기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단기보다는 중장기를 준비하는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수의 키맨은 이준석·한동훈이 될 것"이라면서 "총선이 많이 남아 있어 국민의힘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승부는 이미 결정된 선거였다. 기본적

  • 25.06.0417:35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①김만흠·채진원"대선 결과는 계엄 심판, 독주 견제"[AK라디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49.42% 득표율을 기록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0.98%)를 제쳤다. 4일 오전 9시 아시아경제 유튜브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과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계엄에 대해 심판하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가

  • 25.06.0106:00
    독재 정권도 90%는 넘는데…'투표율 12%'에도 승리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
    독재 정권도 90%는 넘는데…'투표율 12%'에도 승리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투표율이 고작 12%를 기록하며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권은 대법원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80%로 승리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반발한 국민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독재 정권 하에서도 투표율이 90%에서 100%에 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베네수엘라의 12% 투표율은 총선으로서의 정당성 자체가 성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