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첫날 강남역·광화문 인근 SKT 대리점 북새통
상당수 고객들, 유심 교체 못 하고 발길 돌려

"줄이 너무 길어 오늘 못 바꿀 것 같은데요."

[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28일 방문한 서울 강남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앞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변선진 기자
AD

최근 해킹 사태를 빚은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이날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강남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은 이른 시간부터 유심을 교체하러 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유심 교체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이미 100여명의 고객이 줄을 늘어선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SK텔레콤 대리점(T월드 매장)에서 희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무료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상은 침해사고 인지 후 시스템 격리 등 보호 조치가 이뤄진 지난 18일 24시 이전 SK텔레콤에 가입한 이동통신 고객들이다.


이윽고 오전 10시가 되자 대기 인원은 200~3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이날 이 대리점에 준비된 초도 유심 물량은 단 100개. 이 때문에 상당수 고객은 유심 교체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리점 직원은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 후 내일 다시 방문해 달라"며 "정 불안하면 유심 보호 서비스부터 가입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오전 9시40분부터 기다렸다는 한모씨(50)는 "내일도 이렇게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심 보호 서비스는 2023년 불법 유심 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해 개발된 서비스로, 해킹 조직이 유심 정보를 탈취·복제하더라도 타 기기에서 고객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오픈런'에 성공한 고객들도 "온라인 방문 예약이 확인돼야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는 대리점 측 공지에 혼란에 빠졌다. 오전 10시15분께 한 고객이 보여준 온라인 대기 인원은 무려 7만5000여명에 달했고, 예약까지 10분이 넘게 걸렸다. 일부 고령층 고객들은 "굳이 대리점까지 찾아왔는데 왜 또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르포]"직접 가져다줘도 모자랄 판에…" SKT 유심 교체 첫날, 헛걸음한 가입자들 28일 방문한 서울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은서 기자

고객들은 이번 사태로 SK텔레콤에 대한 불신도 깊어진 모습이었다. 김모씨(40)는 "불안해서 유심을 교체하러 왔는데, 교체한 후 다른 통신사로 옮길 생각"이라고 했고, 한모씨(26)도 "다른 통신사 혜택이 괜찮다면 옮길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배모씨(37)는 "이 정도면 집단소송이라도 해야 한다"며 "직접 유심을 가져다줘야 할 판에 매일 아침 줄을 서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100m 넘는 대기 줄이 생겼다. 대리점 측은 혼란을 막기 위해 오전 10시 전부터 번호표를 나눠줬지만, 준비된 초도 물량은 200개에 불과해 대부분 고객들이 유심 교체에 실패했다. 일부 고객은 아쉬운 마음에 계속 대리점 앞을 서성였다. 직장 동료와 함께 유심을 교체하러 온 최경자씨(65)는 "며칠 전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사태까지 터졌다고 하니 앞으로 그런 사기 전화가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조치를 악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가입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에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조치의 적정성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라는 키워드를 악용한 피싱·스미싱 공격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용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해 SK텔레콤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렵게 유심 교체를 마친 안지민씨(48)는 "핸드폰에 금융 정보도 많고, 오늘도 거래할 일이 많아 아침부터 나왔다"며 "SK텔레콤이 문자라도 줄 줄 알았는데,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서야 사태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상당수 고객들은 이번 사태로 유심 정보 유출 피해를 우려하면서 SK텔레콤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씨(72)는 "보안이 허술해 해킹을 당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바일 금융 정보를 통해 돈까지 빼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김지영씨(55)는 "유심은 신분증이나 마찬가지인데, 유심 보호 서비스는 사태 직후 바로 가입했다"며 "통신 산업은 기간 산업이기에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AD

한편, SK텔레콤은 "최근 많은 고객이 개인 정보 보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교체 서비스 시행 첫날부터 매장에 일시에 몰릴 경우 현장에서 큰 불편이 예상된다"며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