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율×, 주행보조○
ACC 주행땐 멈춘차 인식 못해
2020년 1건→작년 12건으로
최근 5년간 사망자 19명 달해
# 직장인 A씨는 최근 가족여행을 가던 길에서 차 사고를 냈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을 잘 몰랐던 것이 화근이 됐다. ACC를 켜고 주행할 경우 앞에 멈춰 서 있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다. A씨는 ACC를 켜놓고 딴짓을 하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차선에 저 멀리 있던 트럭이 멈춰 섰다. 그런데 ACC는 그 트럭을 인식하지 못했다. A씨가 트럭을 인지했을 때는 충돌 직전이었다. 제동 페달을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가족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뽑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는 반파됐다.

A씨처럼 ACC를 과신해 일어나는 사고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기능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행 중 ACC에 운전을 맡기면서 A씨와 같은 대형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전은 운전자가 해야 하고, ACC는 보조장치로 여겨야 한다며 보다 능동적으로 안전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1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ACC를 사용하다 난 사고는 2020년 1건, 2021년 각 1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이듬해 5건, 2023년 4건, 지난해에는 12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5년간 사망자는 19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내 전체 교통사고는 1834건(2020년)에서 1571건(2024년)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ACC 과신, 사고 지름길자율주행 기능 아닌 보조장치
ACC는 주행 중 앞 차와의 거리 간격을 일정하게 할 수 있도록 주행 속도를 차량 스스로 판단해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수십 년 전부터 도입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데, ACC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센서나 차량 전방 레이더 등을 통해 앞쪽 차량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통상 운전자 개입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고속도로에서 많이 쓰인다.
다만 ACC가 다양한 상황에서 일정하게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각 차량의 매뉴얼에는 정지한 차량, 차로 한 쪽에 치우친 차량, 느리거나 급격히 감속하는 차량, 마주 오는 차량이나 후면부가 작은 트레일러 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지돼 있다.
선회구간이나 경사로에서는 같은 차로에 있지만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빠르게 가속될 수 있고, 오토바이나 보행자·동물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알리고 있다.
"핸들 잡고, 앞보고 주행해야" 운전자 안전 능동적으로 챙겨야
그런데 이러한 ACC를 자율주행 기능의 일종으로 인식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이들은 ACC를 과신하거나 잘못 사용하면서 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이 도로공사 측의 분석이다. 잘못 사용하면서 인명 피해를 동반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해졌다.
지난해 3월 고창담양선에서는 ACC를 켠 상태에서 1차로를 시속 120㎞로 달리던 차가 추돌사고를 내면서 운전자 포함 3명이 숨졌다. 비스듬히 정차한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 사고 후 교통안전공단과 경찰이 사고기록장치를 분석해 ACC 작동 중 사고가 나게 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난해 5월 호남선 고속도로에서는 ACC를 켜고 시속 130㎞로 주행하다 길에서 안전관리 중이던 안전순찰원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도 있었다. 이 사고의 경우 충돌 직전 전방충돌방지 장치가 작동했음에도 워낙 빠르게 달리던 터라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ACC가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보조장치인 만큼 운전자가 주행 중 안전을 보다 능동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ACC는 운전을 용이하게 하는 운전자 지원시스템 가운데 하나로 모든 상황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교통상황이나 도로·날씨에 따라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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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ACC가 운전자의 주의와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므로 운전자는 항상 적절한 속도와 다른 차량과 안전한 간격을 유지하며 현행 법규에 따라 차량을 운전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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