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제작팀 구성·조직적 판매
일부 교원 차명 계좌 사용
내신시험에 판매 문항 출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교육 카르텔 사건 수사 결과 총 126명(24건)을 입건해 100명을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2023년 7월 교육부로부터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접수받았고, 현직 교원들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다음 고액의 금원을 수수한다는 자체 첩보를 입수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입건 대상자는 현직 교원(범행 후 퇴직자 포함) 96명, 사교육업체·강사 관계자 25명, 기타 5명 등이다.
현직 교원 47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수능 문항을 제작해 사교육업체·강사에게 판매했다. 그 대가로 이들이 받은 총액은 48억6000만원으로 1인 기준 최대 2억6000만원에 달했다. 수능 대비 1문항 기준으로는 10만~50만원, 1세트(20문항) 200만~1000만원에 판매됐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금품 등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다수의 수능 출제·검토위원 경력의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문항 제작팀까지 만들어 다수 사교육업체와 강사들에게 조직적으로 문항을 판매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A씨는 현직 교원 8명 및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총괄했다. 해당 조직은 문항 2946개를 제작해 사교육업체·강사에게 판매하고 6억2000만원 상당을 수수했다. 일부 교원들은 문항 판매 대가를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닌 차명 계좌로 입금받았다.
2023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특정 학원 강사의 모의고사 교재에 수록된 문항의 지문이 동일하게 사용된 사건의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대형 사설학원 강사의 교재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원은 기출 중복 체크를 위해 사설학원 모의고사 등 각종 시중의 교재들을 구매하여 왔다. 담당자는 업무를 처음 맡아 미숙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해당 문항 출제 관계자들, 강사 및 교재 문항 출제 관계자들, 평가원 중복성 검증 및 이의 심사 관계자들의 계좌내역, 통신내역, 전자우편내역 등을 분석했으나 연결 관계를 의심할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EBS 교재의 집필·감수 참여자들이 보안서약서를 위반해 정식 발간 전 교재를 외부로 유출하는 행위, 현직 교원들이 사교육업체·강사에 사적으로 문항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행위, 평가원의 매뉴얼 규정을 위반해 이의신청에 대한 이의 심사를 무마한 행위가 적발됐다.
현직 교원 등 5명은 각자 소속된 고등학교의 내신시험에 과거 자신이 특정 사교육업체·강사에게 판매했던 문항을 출제했다. 교과목의 내신시험 문제를 낼 때 학생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시판되는 참고서 등 시중의 기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옮겨 싣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밖에 ▲현직 교원이 문항 판매 과정에서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 참여 이력 누설 ▲대학교 현직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을 개인지도 후 대가 수수 ▲현직 교원이 소속 고등학교의 수시 합불자료를 외부 유출 ▲사교육업체 관계자가 수능 출제위원 이력을 허위 고지해 출판사의 발간 업무 방해 ▲현직 교원이 모의평가 검토진으로 참여하며 알게 된 출제 정보로 문항을 제작·판매 ▲현직 교원이 상업용수험서 집필 사실을 숨긴 채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에 참여한 사례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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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교육 카르텔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며 "대학입시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고 건전한 교육 질서가 확립되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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