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고양서 8년만 내한공연 포문
재활용 LED 팔찌로 수놓은 우주

"한국어가 서툴러도 이해해주세요. 반가워요. 여러분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어로 인사를 전하자, 5만 관객의 힘찬 함성이 고양벌을 달궜다.
2017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처음 국내 무대에 오른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콜드플레이는 1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내한 공연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열고 국내 관객과 만났다.
1997년 런던에서 결성된 콜드플레이는 10장의 앨범 등 1억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21세기 최고 밴드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이달 16, 18, 19, 22일 4회 공연이 매진됐으며, 24~25일 공연을 추가로 편성했다.
이날 콜드플레이는 '하이어 파워'(Higher Power)로 문을 열었다. '쿵쿵쿵. 쿵 쿵쿵쿵쿵쿵.' 베이스 드럼, 일렉 기타 리듬이 쉴 새 없이 심장을 두드렸다. 분위기를 이어 '파라다이스'(Paradise), '더 사이언티스트'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어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 등 대표곡을 열창했다. 일부 관객은 흥을 참지 못한 채 양팔을 하늘 위로 쭉 뻗고, 제자리에서 뛰었다. 또, 함께 어깨동무하고 떼창을 하기도 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손목은 다양한 색으로 반짝였다. 콜드플레이는 아이돌그룹 콘서트처럼 응원봉을 파는 대신, 무료로 LED 팔찌를 제공했다. 공연이 끝나자 출입구 앞에서 이를 수거했다. 여기에는 환경보호의 의미가 있다. 이들은 2019년 월드투어로 인해 환경이 오염된다는 사실에 놀라 투어를 중단했고, 보완책을 준비해 2020년부터 재개했다.

이날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였다. 콜드플레이가 '옐로우'(Yellow)를 열창하자, 객석은 노란 불빛으로 장관을 이뤘다. 지난 내한 당시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스크린에 노란 리본을 띄워 추모한 바. 올해는 공연장을 노란색으로 물들이며 추모의 뜻을 이어갔다.
콜드플레이는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무대를 앞두고, BTS 멤버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 '어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A Sky Full Of Stars)를 무대에서는 경쾌한 전자기타 음률에 맞춰 오색의 폭죽이 터지며, 끝을 향해 달려갔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즐기세요." 마지막 곡을 앞두고 보컬 마틴이 이렇게 외치자, 객석에서 반짝이던 휴대전화 불빛이 하나둘 꺼졌다. 관객들은 LED 팔찌를 찬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은 채 리듬에 몸을 맡겼다. 공연이라기보다 함께 하는 '축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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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앙코르' 외치는 대신 '비바 라 비다'의 후렴 멜로디를 노래했다. 주저 없이 돌아온 콜드플레이는 앙코르 6곡을 열창했다. '픽스 유'(Fix you)를 부를 땐 객석이 태양 빛으로 물들며 진한 여운을 안겼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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