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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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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과자 트랜스지방 '제로'의 비밀
마가린 공정 기술 덕분
1세기 진화 거듭해 온 버터의 대용품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편의점에서 아무 과자나 집어 올려 영양성분표를 보자. 대부분의 제품에서 '트랜스지방 0g'이라고 적힌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7년부터 과자류의 트랜스지방 표기를 의무화했는데, 이후 18년이 지난 오늘날 국내 과자는 극미량의 트랜스지방만 함유하고 있다.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마가린, 쇼트닝은 액체 상태의 기름에 감압 환경에서 고온을 가하는 '탈취 공정'으로 여과한 뒤, 트랜스지방산의 결정화 작용을 유도해 딱딱하게 굳힌 가공 유지다. 참고로 마가린이 노란 이유는 단순히 인공 색소를 주입했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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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의 적' 트랜스지방, 2007년 이후 과자서 함유량 '뚝'

트랜스지방은 과자나 빵에 바삭한 식감을 더해주는 필수 재료인 마가린, 쇼트닝에 다량 함유된 성분이었다. 1990년대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트랜스지방이 혈관에 해롭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과자 등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기하도록 했으며, 나아가 모든 과자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0g에 가깝게 줄이는 '제로 트랜스지방' 운동도 추진해 왔다.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과자 포장지의 영양성분표. 임주형 skepped@

그 결과 지난 20여년 간 국내 과자류의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많이 감소했다. 식약처 조사 결과 2005년엔 국내 과자 평균 트랜스지방 함유량은 무려 0.7g에 달했지만, 현재는 93% 저감된 평균 0.05g에 불과하다. 다만, 식품성분표에 적힌 '트랜스지방 0g'이 완전한 제로를 뜻하는 건 아니다. 식약처는 과자 1회 섭취량(일반적으로 20~30g) 중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0.2g 미만일 경우 0g 표기를 허용한다.

왜 줄었을까…비결은 마가린 공정 발전

애초 마가린과 쇼트닝은 버터의 대용품으로 개발된 '가공 유지'로, 액체 상태인 기름에 '탈취 공정'을 거친 뒤 딱딱하게 굳힌 것이다. 탈취란 기름을 고온에 끓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인데, 이때 기름의 불포화지방산이 트랜스지방으로 바뀐다. 트랜스지방은 끓는점 아래 온도에서 급속한 결정화(Crystallization)를 일으키는데, 덕분에 마가린과 쇼트닝은 상온에서도 고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마가린, 쇼트닝이 트랜스지방 범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7년 이전엔 국내에 트랜스지방 표기 의무화 제도가 없었기에, 당시 과자에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트랜스지방이 함유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다만 2005년 기준 과자 1회 제공량 당 평균적으로 0.7g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됐다는 데이터로 미뤄보면, 그 이전에도 트랜스지방 함량은 위험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심장협회(AHA)에 따르면 성인 기준 1일 트랜스지방 권고 섭취량은 2g 미만이다. 과자 1봉지(80~100g)만 섭취해도 1일 권장량을 훌쩍 넘어서는 셈이다.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지금도 가공 유지는 대부분의 과자, 빵류에 들어간다. 여러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국내 제과업체들이 트랜스지방 저감에 성공한 원인은 가공 유지를 다른 원료로 대체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마가린과 쇼트닝 가공 기술이 발전을 거듭한 덕분이다. 제과업체들은 오랜 연구 끝에 기름 내부 지방산의 위치를 일부 바꿔도 트랜스지방 같은 결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도 영양표를 보면 대부분의 과자엔 마가린이나 쇼트닝이 들어간다.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독일 티센크루프 그룹의 에스터화 반응로. 에스터화 지방은 식품, 디젤 연료, 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 쓰인다. 티센크루프 홈페이지

이런 지방산 재배열 과정을 '에스터화 교환'이라 하며,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지방 덕분에 트랜스지방 없이도 딱딱한 가공 유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국내 업체들도 에스터화 교환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기름 가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트랜스지방도 꾸준히 줄고 있다. 기존 탈취 공정은 섭씨 200도 이상에서 기름을 가열했지만, 지금은 '탈취 온도 저감화' 기술의 발전으로 가열 온도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은 고온에 가열된 불포화지방산에서 만들어지므로, 온도를 낮출수록 트랜스지방 발생량도 억제된다.

쇠기름 구호 식량서 과자 재료로…진화 거듭해

지금은 트랜스지방 때문에 기피 대상이지만, 사실 가공 유지는 서민들에게 소중한 열량과 지방을 공급해준 혁신 제품이었다. 1869년 프랑스 화학자 이폴리트 메주무리에가 쇠고기의 지방산을 이용해 최초의 마가린을 발명했고, 이후 마가린은 서민층에 빠르게 공급됐다.


그 많던 '트랜스지방'은 어디로 갔을까?[맛있는 이야기] 1940년대의 마가린 광고. 무색인 마가린에 인공 색소를 첨가해 버터처럼 노랗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이언스 히스토리 인스티튜트

이때의 마가린은 탈취 공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고약한 냄새가 나는 데다 색깔도 흰 빛깔이 섞인 회색이었다. 하지만 신선한 버터를 구할 돈은 없고, 상온에선 쉽게 산패하기 일쑤인 액체형 기름을 보관할 방법도 없던 서민층에게는 귀중한 식품이었다. 특히 전 세계를 휩쓴 20세기 초 미국 대공황, 2차 세계 대전 이후 마가린은 군인, 시민들 모두에게 구호 식량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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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과 쇼트닝은 1950년대에 이르러 동물성 기름 대신 팜유 등 저렴한 식물성 기름을 쓰기 시작했고, 고온 탈취 공정과 노란 식용 색소 발명 이후엔 지금의 먹음직스러운 형상을 갖췄다. 오늘날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수많은 과자, 빵류의 필수 원료가 됐으며, 기술 발전을 통해 트랜스지방 함량까지 억제한 '해롭지 않은 가공식품'으로 변신 중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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