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탄핵 선고로 달궈진 민심 식히려면](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0414101898092_1743743418.jpg)
헌법재판소 주변 150m 이내는 사실상 ‘진공 상태’다. 일반인이 진입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삼엄한 경계 태세를 이어갔다. 헌재와 광화문 종로 일대에만 경찰 기동대 110여개 부대 7000여명을 투입했다. 지하철역 인근 환풍구는 철조망을 둘렀고, 주요 언론사 앞에도 경찰 바리케이드가 준비됐다. 국회 주변에도 경찰 인력을 늘려 혹시 있을지 모를 외부인 침입에 대비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12월3일 이후 122일째 달궈진 프라이팬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으로 나눠진 민심은 광화문, 여의도, 헌법재판소 앞 등 각자의 거점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뜨거운 프라이팬을 물로 씻기 전엔 주의할 점이 있다. 달궈질 대로 달궈진 프라이팬을 바로 찬물에 집어넣으면 열 충격으로 물방울이 사방으로 튈 수 있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찢어진 시민들은 봉합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한된 공간에서 동시다발로 집회·시위가 벌어지다 보니 각 집단은 자기와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으르렁대기 바쁘다. 분열은 거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 지인은 정치 얘기만 나오면 버럭 화를 내는 아버지 때문에 TV에 정치 뉴스만 나오면 황급히 채널을 돌려버린다고 한다.
탄핵심판 결과가 선고되는 오늘이 고비다. 참아왔던 감정들이 폭발하면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른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시위가 격화되면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폭발한 감정은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달궈진 프라이팬에 되레 기름을 부어왔다. 탄핵 선고기일 전까지 정치인들이 상대 진영을 어떻게든 꺾어보려 혹은 지지자에 부응하려 했던 수많은 자극적인 말들이 그것이다. 그간 정치인 언동은 지지자로 하여금 자극적인 행동을 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해 왔다.
공기가 프라이팬 열을 식히듯, 뜨거운 민심에 필요한 것은 승복 메시지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승복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공기처럼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승복하라며 분열 사태를 조장해 왔다면 이제는 민심을 합칠 차례다. 네가 먼저 내가 먼저랄 것 없이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 아직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더라도 공동성명을 내며 흥분한 민심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뜨는 뉴스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를 받아 든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프라이팬이 상하지 않게, 요리사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로 달궈진 민심을 식히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