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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고정불변의 허상 타파…'별자리적' 관점을 버리면 새로운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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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음악상의 영예를 거머쥔 음악가이자 열정적인 환경운동가인 사카모토 류이치와 ‘생명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살아간다’라는 ‘동적평형’의 생명철학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가 음악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한다. 두 사람은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같은 주제를 20년 동안 공유한 친밀한 사이다. ‘파괴에서 탄생한다’라는 음악과 생명의 공통점에서 출발해 음악·생물학이 인간의 인지 한계를 넘어, 자연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포착할 방법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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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고정불변의 허상 타파…'별자리적' 관점을 버리면 새로운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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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피아노가 '물체'임을 강하게 인식하면서 음악으로서가 아닌 ‘물체’로서의 울림을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에게 ‘물체’란 자연물을 의미합니다만, 피아노라는 악기도 원래는 나무나 철 등의 자연물을 인간이 모아 억지로 조형한 것이잖아요. 그런 인공물로서의 피아노도 인간이 손대지 않고 방치하면 몇백 년의 시간을 거치며 분해되어 자연의 ‘물체’로 회귀하겠죠. 예전에는 피아노를 정밀하게 조율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피아노에게 원래의 자연 상태를 돌려주고 싶다, 피아노가 자연의 ‘물체’로서 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조율을 안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음정이 엇나가긴 하지만, 음정이란 것도 인간이 멋대로 만들어낸 개념일 뿐 자연의 소리로서는 딱히 어긋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30~33쪽>

그렇습니다. 아무리 별자리를 살펴본들 우주를 이해할 수는 없고, 애초에 별자리라는 개념 자체도 별을 왜곡해서 보는 것이니까요. 별자리는 하나의 평면에 달라붙어 있는 별들의 점이 아니라 실제로 완전히 거리가 다른 별들을 하나의 도형으로 보는 것이잖아요. 지금 보이는 별자리의 모양이 100만 년 후에는 달리 보일 수도 있고, 별의 빛 자체가 몇만 년 전에 발생한 것이니 어쩌면 이미 사라진 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걸 별자리라는, 일종의 도표이자 질서로 보는 것 자체가 환상이라는 말이죠. 그런 ‘별자리적’ 관점을 잠시 보류해두는 자세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5쪽>

직선적인 시간 속에서 명확한 ‘끝’을 정해놓는 서양음악을 일신교적이라 한다면, 본래의 음악은 보다 다신교적이고 애니미즘적인, ‘끝’이 없어도 상관없는 타임 프레임에서 탄생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존 케이지조차 마지막까지 구조에 집착했고 ‘어떤 시간을 어떻게 구획하는가’라는 구성에 집중했지만, 저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환경친화적인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그런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답을 찾는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만약 정말로 ‘친환경 음악’이 존재한다면 미셸 푸코의 ‘인간은 죽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면에선 인간적인 것을 부정하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 말해 일신교적인, 즉 처음이 있고 끝이 있는 것, 혹은 역사에는 목적이 있다는 등의 인간 발상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개인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앨범에 담는 음악은 어느 지점에서 끝나야겠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시간이 아니라 복수의 시간이 동시에 진행되어 영원히 ‘반복’이 일어날 수 없는 음악 같은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59~60쪽>

앞서 사카모토 씨가 명사를 쓰지 않는 실험을 했던 경험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사실 저도 10년쯤 전에 생물학을 좀 더 통합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명사를 쓰지 않고 명사와 명사 사이의 작용을 기술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강물의 흐름과 구름의 움직임을 강과 구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흐름과 움직임만을 설명하려는 시도였는데, 그때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세포를 찢고 뭉개고 쥐를 해부하는 일은 이제 젊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저는, 다소 멋진 척하는 표현을 쓰자면 ‘사상가thinker’로서 깊이 사유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강이나 구름 같은 요소에 이름 붙일 것이 아니라, 생명현상이 지닌 흐름 그 자체를 요소와 요소의 작용으로서 설명하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동적평형’ 개념을 떠올렸고, 이를 조금 더 정밀화하여 일종의 수학적 모델로 만들 수 없을까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116~117쪽>

음악과 생명 | 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 황국영 옮김 | 212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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