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초소형 인공위성 개발사 ICEYE
해상도 25㎝급 세계 최고 수준
미국·우크라이나·프랑스 등 위성 정보 제공
“어려운 일이 아닌,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을 하고자 했습니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초소형 인공위성 선도기업 아이스아이(ICEYE)의 라팔 모드르제브스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생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없다는 창업 초기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아이스아이는 위성 정보를 찍는 합성개구레이더(SAR)를 만든다. SAR은 레이더 대역폭을 활용해 지상에 있는 대상을 이미지로 만들어 전달한다. 아이스아이가 만든 SAR 위성 해상도는 25㎝급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가로·세로 25㎝ 크기 물체를 하나의 픽셀로 인식할 수 있는 성능으로 지상 대부분의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부터 SAR 위성을 발사해 온 아이스아이는 현재까지 40여개를 운용, 세계 최대 규모 위성 군집을 갖고 있다. 30분이면 위성으로부터 지구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고, 2시간 간격으로 동일 지역을 반복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변화를 탐지하는 능력이 대형 위성과는 차별화된다.
스타트업이 고해상도 지구관측을 위한 SAR 위성을 개발해 발사한 작지만 큰 변화는 핀란드 알토대학교 안 산학 연구단지에서 시작했다. 모드르제브스키 CEO는 “동기는 단순했다”면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했는데도, 기성 우주 산업은 자만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우주 산업에 대해 그는 “너무 느렸고 돈이 많이 들었다”면서 “너무 나태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알토대 경영대학원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간 합작으로 진행된 기술 벤처 프로그램을 듣던 모드르제브스키와 공동창업자인 페카 라우릴라는 ‘더 유연하게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를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지도교수 역시 사업에 부정적이었지만, 위성을 쏘겠다는 이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2015년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2000만달러를 투자해 소형 레이더 위성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이는 얼음(ICE)과 눈(EYE)을 합친 아이스아이란 기업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석유를 옮기기 위해 북극권 해빙 이동 관측에 관심이 많았던 엑손모빌은 핀란드 산학 단지에 있던 스타트업을 눈여겨봤다.
일반적으로 위성이라고 하면 1t이 넘는 거대한 발사체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아이스아이가 만드는 위성의 무게는 120㎏, 크기는 0.25m에 불과하다. 제작 기간은 수개월이면 된다. 위성에 접힌 날개를 들어 올리기 위한 부품으로 줄자를 활용하는 참신함도 탑재했다. 아이스아이는 덩치 큰 국가 주도 사업을 민관 합작이 가능한 콤팩트한 사업이 되도록 발상을 전환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인공위성의 패러다임을 바꾼 셈이다.
아이스아이는 한 국가와 계약을 진행하는 동안 위성을 만들기 시작해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 날 바로 위성을 제공한 적도 있다. 아이스아이는 직접 주문받은 위성을 제작하면서 임대를 통한 지역 정보도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협력해 러시아 군대 이동 경로를 위성 사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들의 성공으로 핀란드 알토대 산학단지가 위치한 오타니에미 지역은 ‘유럽판 실리콘밸리’로 불리게 됐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스타트업 산업 벤치마킹을 위해 핀란드 알토대를 방문해 모드르제브스키 CEO를 만나기도 했다.
알토대 안에 있는 교실 하나를 빌려 쓰던 아이스아이는 이제 연구동 건물 전체를 사무실로 쓸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현지 법인 외에도 그리스, 네덜란드, 브라질 프랑스, 등과 계약을 맺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 통계에 따르면 아이스아이 매출은 2020년 945만유로에서 2023년 8965만2000유로(약 1427억원)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도 235명에서 575명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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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성장하면서 고민의 크기는 달라졌다. 모드르제브스키 CEO는 “초창기 우리가 걱정했던 것은 만드는 위성이 작동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단순하게 이원화된 것들이었다”면서 “이제는 더욱 인문학적인 문제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로) 접하게 되는 문화와의 조화, 혼돈 속에서도 속도를 유지하고 여기저기서 생겨나는 폭발적인 기회 속에서도 어떻게 집중력을 잃지 않는가 하는 등 다른 형태의 도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조직은 공격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자만이야말로 적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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