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6일 홈플러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해 "못 믿겠다.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MBK를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검사하는 것과 별개로 PEF 제도 개선은 본연의 시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달 중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ABSTB 4000억 변제 약속, 거짓말…MBK, 공수표 날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를 믿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4000억원 규모의 유동화 채권(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원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거짓말 같다"고 밝혔다. 그는 "변제를 한다면 지금 한다는 것인지, 5년 후인지, 10년 후인지 (알 수 없다)"면서 "빠른 시일 내 원금을 보장할 유동성이 있었으면 회생 신청도 안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주 홈플러스와 MBK가 논란이 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정상 변제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인 변제방법과 일정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원장은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직후 법원으로 달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검사 과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주 MBK를 상대로 검사에 착수하는 한편 홈플러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전방위 조사에 나선 상태다.
이 원장은 대주주인 MBK가 홈플러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도 압박했다. 그는 과거 태영건설 사태를 언급하며 "시장이 태영건설을 신뢰했던 것은 (대주주와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고통 분담을 했기 때문"이라며 "MBK의 경우 자기 뼈가 아닌 남(투자자 등)의 뼈를 깎고 있다"고 직격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PEF 전반에 걸친 규제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감도 내비쳤다. 그는 "기관전용 PEF가 경제 변동성 과정에서 산업 구조조정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한국 경제 재편에 도움을 많이 준 것도 있다"면서 "PEF 자체의 본질을 바꾸는 제도 개선은 당장 (속이) 시원할지는 몰라도 시장 전체로 보기엔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잘못한 것은 MBK고, 그중에서도 (의사결정을 한) 몇 명이다. 그에 대한 책임, 진실 규명은 강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잘못된 딜에 대한 책임과 PEF 제도 자체에 대한 것은 나눠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가급적 4월 중 처리…현 단계선 김건희 등 의심 정황 없어"
이와 함께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은 4월 중 조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이름이 나온 주요 관련자와 관계된 계좌는 전부 보고 있다"면서 "가급적 4월 중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차원에서 사건을 정리하게 되면 이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조정하고, 패스트트랙 넘어가면 검찰과도 협의한다"며 "그런 절차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목받은 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삼부토건과 관련,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낸 100억원대 차익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자금을 추적 중이다. 야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주요 인물이자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관련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거래소에서 넘어온 (의혹 관련) 자료 중에 이 전 대표 내용은 빠져 있었다"며 "거래소에서 오지 않은 부분까지 넓혀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건희 여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해당 의혹과 관련 없다고 단정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관련 자료 계좌를 분석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 조사 단계에서는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사 특성상 지금은 확인이 됐어도 나중에 그 내용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직 걸겠단 상법개정안엔 "이미 법 통과된 상황, 현실적 판단해야"
이날 이 원장은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임기를 두 달여 앞둔 그는 자신의 '직'을 걸어서라도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해온 상황이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처리 시한은 다음 달 5일까지다.
이 원장은 "4월2일에 상호관세 이슈가 불거질 것이고, 4월 초를 전후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의 주주가치 보호 의지를 의심받을 것이고 이는 주식·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당초 정부가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에 힘을 실었던 것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지금은 어떤 법이 더 맞느냐가 아니고 이미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 질문에는 "권한대행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면 직을 걸겠냐"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이번 주 중 총리실, 기획재정부, 금융위에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공식 문서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 원장은 금융위가 전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담당자를 소집해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저희가 은행을 상대로 금리를 몇 퍼센트 올리라 내리라 이렇게 시장개입을 안 한다"며 "다만 최근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시중금리의 전달경로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점검은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 같은 경우에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이슈 때문에 워낙 예민한 상황이라 이슈가 된 것 같다"며 "금융위나 저희는 정례적으로 은행의 여신담당자들과 모여서 상황 점검 회의를 하기 때문에 어제 일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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